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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한석희> 만성이 된 골든타임…한국경제 生·死 갈림길
“지금 당면한 심각한 문제가 뭔지 아세요. 경기가 어렵다고 하는 건 사실 그리 큰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내일은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얼마전 한 유통업체 고위 임원이 점심 식사 자리에서 뜬금없이 내뱉은 말이다. 그의 하소연은 계속됐다. “이제는 내년 경영계획, 심지어 하반기 경영계획을 세우는 것 조차 무의미하게 느낄 때가 많습니다. 외부 환경은 눈깜짝 할 사이에 변하는데, 몇 년이 지나도 변한 것은 하나도 없으니 계획은 그냥 보고용일 뿐이죠. 위기경영은 내일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고, 뭔가 해보자고 할 때 쓰는 말이예요. 지금은 다들 경기불황에 대한 피로도가 너무 쌓여 있어요. 일종의 만성적인 피로감에 지쳐 있다고 할까요”

슬픔과 분노, 그리고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삼중주가 꽈배기처럼 얽혔던 세월호 참사가 한국사회에 남긴 그림자 중 하나는 ‘골든타임’이다. 사고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할 수 있는 마지막으로 주어진 시간, 골든타임. 골든타임은 한 번 놓치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과거가 되고,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 과거는 되물림되는 법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지 않았는가.

요즘 들어 다들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지금이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의 골든타임이다’는 말이다.

이 말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도, 그리고 모든 경제계 인사들도 ‘토’를 달지 않는다. “국민이 경제 온기(溫氣)가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조속히 수립해 발표하라. 조만간 규제개혁 회의를 열어 그동안 규제개혁 사항을 점검하겠다”(박 대통령),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완화해 부동산을 살려 내겠다(최 부총리 후보자)는 말의 성찬도 함께 곁들여 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과연, 그럴까?” 물음표를 단다. 민생경제와 경영활동을 옥죄고 있는 규제를 혁파해 경제의 물꼬를 트겠다고 규제개혁 릴레이 연찬회를 가진게 엊그제 일이 아니던가.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규제개혁은 여전히 말의 성찬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지 않은가. 7월은 내수소비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달이다. 월별 매출로 따지면 7월은 연간 매출의 약 9% 가량을 차지한다. 월 평균 매출 비중이 8.3%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한다. ‘설→추석→5월→12월’ 다음으로 매출 비중도 높을 뿐 아니라, 7월은 사실상 하반기 장사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자 분위기 전환점이다.

백화점 업계가 한 달 내내 ‘세일’을 하는 것도, 대형마트 업계가 한 여름에 일찌감치 ‘블랙프라이데이’를 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백약이 없다고 세일 성적은 영 신통치 않다. 백화점은 세일기간에도 떨이 행사장에만 간혹 사람들이 몰릴 뿐이다.

우리를 짓누르는 현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휴가비를 줄이겠다’ ‘추석 물가는 최소 10% 이상은 오른다’ 등 들려오는 뉴스는 서민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유통현장은 시름한다. 악순환이다. ‘골든타임’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뭔가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표(票)퓰리즘에 빠진 정치권도 이젠 ‘의무휴일제다, 중기적합업종이다 뭐다 해서 표를 구할 것’이 아니라 두 눈 부릅뜨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산다. 

한석희 소비자경제부 컨슈머팀 차장/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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