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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교 80m 앞 고속道 공사…아파트 입주민들 “이사까지 생각”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서울 중랑구의 한 고속도로 공사현장. 이 현장과 단지 내 초등학교 사이 거리가 80m에 불과해 주민들의 항의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소음과 분진을 우려한 일부 학부모들은 이사까지 고려하는 실정이다.

15일 ‘신내우디안아파트 고속도로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0일부터 3주째 집회를 열어 ‘구리-포천 고속도로 지하화’를 요구하고 있다. 구리와 포천 사이 50.54㎞를 잇는 이 고속도로는 2조5000억이 넘는 예산이 투입돼 2017년 6월 완공된다.

하지만 주민들은 고속도로가 유발할 소음과 분진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단지 내 초등학교와 고속도로 사이의 거리가 80m에 불과해 아이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신내동의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 김정현(34ㆍ여) 씨는 “입주할 때 초등학교 앞으로 고속도로가 들어오는지 몰랐다”며 “곧 학교에 들어갈 3살과 5살 아이가 있어 집회에 10번이나 참여했다”고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자녀를 셋이나 둔 김정은(29ㆍ여) 씨도 “고속도로가 개통하면 이곳이 교통의 요지가 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사가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사업시행자인 서울북부고속도로 관계자는 “많은 예산이 들어간 민자사업인데다 착공한 지 2년이 넘어 지하화 요구 등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이미 환경영향평가 시뮬레이션과 검토까지 끝난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국토교통부, SH공사 등과 협의하고 주민설명회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신내우디안아파트 고속도로대책위원회]

하지만 김병일(65) 고속도로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작년 12월에 입주를 시작했는데, 집회를 하니 이제서야 공사현장에 방진막 등을 설치하고 있다”며 “지하화를 원하는 건 약 1.2㎞ 구간인데, 이 정도는 고속도로에서 보통 길이의 터널”이라며 비현실적 요구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전문가들은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는 대화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관련법에 의해 문제가 있다면 공사 허가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렇게 위법사항이 없음에도 주민들이 불편한 상황에선 이해당사자들이 합리적인 선에서 합의하는 방법 외엔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시공사가 어느 정도 노력을 해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 주민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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