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당후사(先黨後私)

정치권에서 한창 회자된 단어가 선당후사(先黨後私)다. ‘개인의 안위보다 당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희생이 기본된다는 점에서 백의종군(白衣從軍)과 유사어로 해석됐다. 그런데 이게 요즘 영 헷갈린다.

나경원 새누리당 전 의원은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을 함부로 움직이는 게 아닌데…”하더니 “선당후사의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며 동작을 공천을 받아들였다.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과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도 “당의 요청을 마다할 수 있나…”하며 수원 병과 수원 정으로 짐을 옮겼다.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 집요하게 “선당후사의 자세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잘만하면 이기는 선거인데 공천 혼선이 도를 넘어 공멸할까 걱정스럽다”며 초당 차원의 선당후사 호소문까지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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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공천은 선당후사의 희생자도 낳았다. 허동준 새정치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대표적이다. 그의 딱한 사정에 김부겸 전 최고위원은 “3번의 전략공천 때, 심지어는 불공정 경선에도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승복했던 사람”이라며 공천 번복을 요구했다. 여당에선 아이러니하게도 김무성 의원이 대표 희생자다. 그는 최근 두차례 총선에서 ‘친박 좌장’이라는 이유로 공천배제되는 좌절을 맛봤다. 그가 더 이상 양보는 없다며 불같이 당 대표에 도전하는 이유를 알 듯 하다.

선당후사는 희생과 배려가 바탕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당의 명운과 당선 가능성이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된 느낌이다. 후유증이 우려된다. 부디 당과 후보자들이 선거 후에 “선민후당(先民後黨)의 자세로 임했어야 했을 걸…” 하며 후회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조진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