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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 기자의 화식열전> 노사문제,‘강제(强制)’ 를 경계하라
사기(史記)에는 총 70개의 열전이 있다. 세습 권력자를 제외한 실질적으로 그 시대를 이끈 주역들의 기록이다. 춘추시대를 끝내고 전국시대를 여는 첫 열전은 진(秦) 효공 때 재상인 상군(商君), 즉 위앙에 대한 기록이다. 위앙은 엄벌에 기반한 법치체제로 진나라를 당시 최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가 뿌린 법치의 정신은 이후 중국과 동양역사를 관통한다. 한마디로 서양 정치체제의 뿌리가 로마법이라면 동양에는 위앙의 법가(法家)가 있다.

그런데 로마제국은 1000년간 유지된 반면 진은 불과 200여년만에 망했다. 로마법은 지배층과 피지배층 간 상호작용소통의 결과물이다. 반면 상앙의 법은 제왕과 국가의 힘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백성에 일방적 준수만을 강제했다. 상호적인 것과 일방적인 것의 차이가 국가의 운명을 갈랐다.

임금 및 단체협상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 노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르노삼성차는 부분파업을 벌이고, 한국지엠도 파업을 위한 노조원 찬반투표까지 마쳤다. 현대ㆍ기아차 노사는 수차례의 만남동안 평행선만 확인하고 있다.

노사가 협상과정에서 이견을 드러내거나 때로는 갈등을 빚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문제는 이견과 갈등에 대처하는 자세다. 말로 안되는 문제를 주먹으로는 해결하려다가는 사태가 더 꼬이는 법이다. 노동자의 생계나 회사의 존립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라면 파업이나 직장폐쇄 같은 극단적인 대응은 피해야 한다.

파업이란 뜻의 영어 ‘strike(공격하다)’는 ‘동맹파업’이란 뉘앙스가 강하다. 다분히 정치적이다. 일반적인 파업의 뜻으로는 ‘walkout(항의하여 떠나다)’, ‘turn out(드러내다)’이 먼저 쓰였다. 한자로도 ‘고달파서 그만두다’라는 뜻의 ‘파(罷)’를 쓴다. 단체행동이 아니라도 충분히 각자의 뜻을 세상에 알리고 밝힐 수 있는 시대다. 그렇다고 고달파서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는 상황도 아니지 않은가.

지난 8일 기아차 임단협에서 김종석 지부장(기아차 노조위원장격)은 “기아차가 쓰러지면 국가적인 타격이 온다. 국내 공장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전망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삼웅 사장은 “가격에서 이겨야 경쟁에서 산다. 환율이 떨어지면 가격을 올리면 된다. 그런데 가격을 올리면 안팔린다. 가격 경쟁력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올려야 근로자도 살고 회사도 산다. 일터와 조직을 깨뜨리는 파업(破業)은 결코 안된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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