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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룸메이트’, 졸음운전ㆍ욕설 논란…제작진 과욕이 부른 대참사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태생부터 유사성 논란을 안고 시작한 연예인들의 한 집 살기를 담은 리얼리티 관찰예능 ‘룸메이트’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졸음운전에 욕설 논란이다. 크고 작은 논란이 따라다녔던 ‘룸메이트’였지만, 이날 방송분은 참사에 가깝도록 회자되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에선 배우 박민우의 졸음운전, 박봄의 욕설 논란이 시청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날 방송에서 ‘룸메이트’ 멤버들은 강원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이른바 ‘강열 여행사’ 가이드를 자처해 서강준 팀과 찬열 팀으로 나눠 강원도로 여행을 떠난 양팀. 찬열은 신성우 조세호 이소라 나나와, 서강준은 박민우 박봄 홍수현 송가연과 팀을 이뤄 차에 올랐다.

서강준 팀은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예고된 갈등인 셈이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에어컨 고장으로 멤버들은 예민해져 있었고, 운전을 하던 박민우는 급기야 졸음운전으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사회 안팎으로 커진 상황에 오후4시대 가족들이 즐겨보는 주말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의 졸음운전은 시청자도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장면이었다. 그 와중에 박민우의 차에 탑승했던 박봄은 당시 외마디 비명을 지른 듯 하지만, 욕설이 섞여있었는지 제작진은 이 장면을 비프음(beep sound) 처리했다.


그간 ‘룸메이트’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2회 방송부터 배우 홍수현과 나나의 음주와 화투 장면에 속옥 노출 장면까지 방송에 담기며 시끄러웠던 이후 시청자들이 ‘룸메이트’를 보는 눈은 곱지 않았다. 앞서 논란은 사실 이날 방송에 비한다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어차피 비슷한 포맷으로 방송됐던 ‘셰어하우스’(올리브)의 출연자들은 매주 술자리를 만들었다.

다만 이날 방송은 시기상 적절치 않았으며, 그 과정에서 윤리의식이 도마에 올랐고, 출연자와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는 제작진의 편집방향이 논란을 키웠다.

일단 ‘룸메이트’의 최근 상황이 좋지 않다. ‘4차원 캐릭터’ 박봄의 마약류 밀반입 논란이 가라앉지도 앉은 상황과 맞물려 있으면서도 제작진은 2주 연속 편집 없이 박봄의 출연분량을 있는 그대로 내보냈다. 그 와중에 드라마도 아닌 예능에서 ‘졸음운전’이라는 위험천만한 장면과 더불어 욕설 장면까지 여과없이 전파를 타게 했고, 두 출연자인 박봄과 박민우 사이엔 시종 일관 냉기류가 흘렀다. 출연자 간의 갈등도 극에 달한 모습으로 연출됐다. 시청자들은 논란의 당사자가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는 것도 불편하지만, 안전불감증에 걸린 파격적인 상황과 이에 대응하는 출연자의 거침없는 행동 등이 모두 불쾌감만 준다는 반응이다. 


결과적으로 이날 방송은 자극과 재미 사이에서 완전히 갈 길을 잃은 모습이었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제작진의 윤리의식은 실종됐고, 편집만으로 전혀 다른 모습을 만들 수 있었음에도 중도마저 지키지 못했다. 한편으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출연자들의 이미지 역시 고려하지 않았다는 인상도 짙고, 일련의 논란이 불거질 때 시청자들의 정서를 감안했다면 이 같은 편집본이 나오겠냐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사실 ‘룸메이트’에 쌍방향 소통이란 진작부터 없었다. 그간 소소한 논란이 일거나, 편집 방향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때에도 제작진은 오로지 한 방향을 일관해왔다. 논란과 관계없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의 의지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판단이라면, 보다 명분을 앞세운 편집이 필요했다. 그게 극적인 장면 전환을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관찰형 예능은 제작진의 편집이 방송의 재미와 색깔을 좌우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전문 예능인이 전무한 ‘룸메이트’처럼 캐릭터 만들기에 곤혹스러운 방송이라면 더 그렇다. 혹여 그것이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여과없는 편집이라는 해명을 내놓을지라도 이미 이날 방송분을 통해 던져진 상황을 돌아보면 이는 제작진의 과욕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신(新) 주거문화 예능으로 등장한 ‘룸메이트’는 결국 다른 모습을 가진 연예인들이 부대끼며 서로의 성장을 도모하고 가족이 돼간다는 궁극적인 지향점을 안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극적인 상황을 노출하는 것이 출연자의 성장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여줄 것이라는 판단은 착각에 불과하다. 한 출연자에 따르면 ‘룸메이트’는 한 달에 3박4일 일정으로 촬영을 진행한다. 워낙에 공사다망한 연예인들의 조합인지라 프로그램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며칠 되지 않는다. 이 시간동안 억지 러브라인과 갈등을 만들고, 만들어진 논란으로 도마에 오르며 '진짜' 성장과 가족애를 보여겠다는 생각 자체가 어불성설은 아닐까.

현재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상당히 저조하다. 평균 4%대에 머물며 동시간대 방영 중인 ‘육아예능’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방송분은 4.5%, 경쟁작의 반토막(‘슈퍼맨이 돌아왔다’ 11.8%, ‘아빠!어디가?’ 8.9%) 수준에 불과한 전국시청률을 기록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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