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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전창협> 골대는 움직이지 않는다
400쪽이 되는 두꺼운 책의 마지막에 가서야 알렉스 퍼거슨은 얘기한다. 때마침 휴가철이어서 길지만 인용해 본다. “어떤 사람들은 휴가를 받으면 글래스고에서 40킬로미터 떨어진 홀트코츠 해변으로 가고 말지. 어떤 사람들은 그 정도도 움직이기 싫어하지. 그들은 그의 집에 죽치고 앉아 공원에서 새나 오리가 날아다니는 걸 보는 것으로 만족해.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달에 가고 싶어한다고.” 그리고 퍼거슨의 자서전 ‘나의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이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야심이야.”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박지성 때문에 익숙한 이름,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박지성이 골을 넣을 때마다, 두 팔을 크게 올리며 기뻐했던 노안의 감독이 그다. 그는 휴가철 ‘방콕’족과 달나라를 가고 싶어하는 사람을 비교하며 야심을 말한다. 그를 세계적인 명장 반열에 올려 놓은 것도 야심이었을 것이다.

퍼거슨이 ‘맨유왕국’을 구축했을 당시 워낙 어려보이는 얼굴 때문에 ‘동안의 암살자(A baby-faced assassin)’라는 소리를 듣던 축구선수가 있다.맨유의 또 다른 ‘전설’, 올레 군나르 숄사르다. 선수생활 대부분을 맨유에서 활약하면서 전설이란 소리를 들었고, 노르웨이 국가대표 공격수로도 맹활약을 했다. 마흔이 넘은 나이, 그는 이제 ‘암살자’는 아니지만 여전히 동안이다.

숄사르는 2007년 맨유에서 은퇴, 박지성과 그라운드에서 2년 남짓 뛰었다. 박지성은 숄사르가 건넨 인상적인 얘기를 전한다. 2007년 은퇴후 맨유 리저브팀 감독을 위해 지도자 수업을 받던 숄샤르는 자신의 슈팅비법을 박지성에게 조언한다. “골대는 움직이지 않는다. 어느 자리에서든지, 어떤 패스가 오든지 움직이지 않는 골대로 차 넣으면 된다” 자신과 비슷한 체격을 갖고 있는 숄샤르의 가르침을 박지성은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축구선수 게리 리네커의 얘기처럼 이번 월드컵이 끝났다. “축구는 22명이 공을 쫒아 뛰다가 결국에는 독일이 이기는 단순한 스포츠다.” 브라질 국가 전체를 수모로 몰아넣을 때 독일의 승리는 이미 예고된 상태였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아시아 축구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월드컵 수모 뒤 각국의 대응은 전혀 달랐다. ‘침대 축구’논란을 빚었던 이란이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자마자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을 위해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영광이었다”며 사퇴했다. 자케로니 일본 감독 역시 “내가 경기를 담당했으니 내가 사퇴하겠다”며 떠났다. 일본 축구협회는 곧바로 멕시코 출신의 명장 아기레 감독을 사실상 차기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한국은 어떤 지 굳이 얘기를 다시 꺼내고 싶지 않다. 홍명보 감독이나 축구협회의 행보는 지리멸렬 그 자체다. ‘골대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진리앞에 한국축구가 흔들리고 있다. 이러다가 “축구는 22명이 뛰다가 결국 한국이 지는 단순한 스포츠다”란 말이 나올지 걱정스럽다. 

전창협 디지털콘텐츠 편집장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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