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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군 떠나는 아프간, 대선 후유증에 ‘휘청’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아프가니스탄이 미군 철수의 후폭풍에 휘청이고 있다. 미국이 2016년 완전 철군 계획을 선언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대선 후유증…종족갈등 재점화 우려=아프간 정국은 대선 후유증으로 시계제로의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대선후보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무함마드 모하케크는 임시정부 수립을 제안했다.

그는 “미국의 중재로 열리는 협상이 실패하면 압둘라 후보는 결선투표 결과 무효를 선언할 것”이라면서 그 경우 “1년 간 임시정부를 설립하고, 대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압둘라 후보는 지난달 14일 치러진 결선투표에서 야슈라프 가니 전 재무장관에 100만표 이상 뒤진 것으로 나타나자, 가니와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이 독립선거관리위원회(IEC)와 결탁해 결과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압둘라 후보는 지난 1차 투표에선 1위를 차지했다.

2009~2014년(상반기 기준)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사상자. 주황색 막대는 사망자, 빨간색 막대는 부상자 수를 뜻한다. [자료=FPㆍUNAMA]

이에 압둘라 후보의 지지자들이 ‘유사정부’ 수립을 촉구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1일 아프간을 찾아 협상테이블을 열고 해결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 사설을 통해 압둘라 후보와 지지자들이 이번 선거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유사정부를 설립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나라를 벼랑 끝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지난 2009년 부정선거로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압둘라 후보의 과거를 고려하면 이번 개표 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요구하는 게 맞다면서도,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방식을 동원하게 되면 종족 간 갈등에만 불 붙이는 꼴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아프간 최대 민족 파슈툰 출신의 아버지와 타지크족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압둘라 후보는 핵심 지지층 대다수가 타지크족이다. 타지크족은 아프간 인구의 27%를 차지하지만, 아프간 최대 부족(42%)인 파슈툰족에 밀려 오랫동안 소외돼왔다.

반면 가니 후보와 카르자이 대통령은 모두 파슈툰족으로 파슈툰족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부정선거 논란이 계속될수록 뿌리 깊은 아프간 종족 갈등만 재점화할 것이란 게 NYT의 지적이다. 2001년 미국 침공 이후 첫 민주 정권교체라는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사태로 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탈레반 부활…민간피해↑=미군이 철군을 준비하는 틈을 타 무장단체 탈레반의 공세도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9일 유엔아프가니스탄지원단(UNAMA)은 올해 상반기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와 부상자가 각각 1564명, 328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상전투 과정에서 사상자가 급증, 민간인 사망 제1원인이었던 급조폭발물(IED)을 넘어섰다고 FP는 지적했다.

올 상반기 박격포, 로켓추진식 수류탄, 소총 등의 무기를 포함하는 지상전투 때문에 사망한 아프간 민간인은 474명, 부상자는 1427명으로 전체 사상자의 39%를 차지했다.

이는 탈레반의 무력도발이 과거 자살폭탄 테러 위주의 소규모 형태에서 정부군과의 교전 형태로 이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2009~2014년(상반기 기준) 교전세력별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사망자. 주황색 막대는 탈레반 등 반군 세력 때문에 사망한 민간인 수를 의미한다. 빨간색 막대는 정부군 세력, 파란색은 기타를 가리킨다. [자료=FPㆍUNAMA]

실제 상반기 사망자 가운데 탈레반 등 반군의 공격으로 숨진 민간인은 1208명으로 집계돼, UNAMA이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래 2배로 급증했다.

또 그 가운데 탈레반의 직접 공격으로 사망한 이는 553명이었다. 즉 민간인 사망자 3명 가운데 1명은 탈레반 때문에 목숨을 잃은 셈이다.

FP는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에 안보 공백이 발생하면 탈레반의 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지금까지 탈레반은 잘 훈련된 미군과의 직접 충돌을 피하기 위해 포격전보다 IED 중심의 테러공격을 벌여왔다. 그러나 비교적 병력이 약한 아프간 정부군과는 전면전을 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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