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람페두사…국경 넘지 못한 이민자들의 영혼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미국-멕시코 국경에서 70마일 떨어져 있는 텍사스주 브룩스카운티. 이곳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해마다 발견되지 않은 수십 구의 시신을 수습하는 이곳은 멕시코 뿐만 아니라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각지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온 불법 이민자들의 영혼들이 떠도는 곳이다.

이런 죽음의 계곡은 미국-텍사스 국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보트피플’의 해난 사고가 잦은 지중해의 람페두사섬도 수많은 불법 밀입국자들의 영혼이 서린 곳이다.

▶죽음의 계곡, 수습하지 못한 시신이 아직도…=10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은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민 문제 해결을 위한 37억달러(3조8000억원)의 예산 요청과 중남미 아동 밀입국자 증가 현상 등과 관련, 불법 밀입국자들의 무덤으로 알려진 죽음의 계곡을 찾았다.

수은주가 38℃를 기록하는 찌는 듯한 더위 속에 이곳을 순찰하는 한 국경순찰대 대원은 “올 한 해에만 37구의 시신을 수습했다”며 “우리가 5~10구 정도를 누락시킨다고 보면 더 많은 시신들이 저기 있다”고 말할 정도로 많은 밀입국자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곳이다.

지난해 국경순찰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 이민을 시도하다 사망한 이들은 445명에 달했다. 1998년 이후 세 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8배 이상 많은 것이다.

미국-멕시코 국경. [사진=위키피디아]

이곳 순찰대원은 “매우 척박한 지역”이라며 “한 시간만 걸어도 숨이 멎을 것 같고 가이드나 나침반이 없으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NBC는 지난달 17일 과테말라를 떠나 8일 이곳 브룩스카운티 경찰에 자수한 한 청년의 증언을 생생히 전하기도 했다. 그는 울면서 “3일 동안 죽음의 계곡에 있었다”며 “버틸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3~4명의 밀입국자들과 함께 사막을 건넜고 브로커에게 3000달러를 주며 두 시간만 걸으면 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물도 음식도 없이 사막을 건너는 것은 죽음과도 같았다. 그와 함께 한 동료는 결국 죽음을 맞았다.

릭 페리 텍사스주 지사는 중미지역 출신 아동의 밀입국 문제가 커진데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경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두 눈으로 봐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라고 비난했다.

▶람페두사의 비극=푸른 바다 지중해. 아프리카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유럽으로 가는 밀입국 통로로 자주 이용하는 것이 튀니지에서 람페두사섬을 거쳐 이탈리아로 가는 ‘중앙지중해루트’다.

이전까지 밀입국자들이 빈번했던 루트는 서아프리카에서 지브롤터해협을 건너 스페인으로 들어가는 ‘서부지중해루트’였으나 국경 경비 강화로 최근 몇 년 간 이 람페두사섬을 거쳐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이곳도 밀입국이 수월치는 않다. 작은 보트에 탄 수백 명의 난민들은 청결하지 못한 위생, 파도와 맞서 싸워야 하고 유럽 땅을 밟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유엔은 지난 10년 간 이곳 루트를 통해 밀입국을 시도하다 사망한 사람의 수가 7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리비아에서 출발한 난민선이 침몰해 무려 366명이 바다에 수장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생존자 증언을 통해 당시 참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람페두사섬 해안. [사진=위키피디아]

516명이 빽빽하게 탑승한 작은 어선은 람페두사섬을 불과 반 마일 앞두고 침몰했다. 어선들이 모여들어 구조작업을 했지만 끝내 366명의 생명이 희생됐다. 이들은 단돈 1600달러를 주고 바다를 건너며 목숨을 맡겼고 살아남은 대다수는 로마로 이송돼 유럽에서의 새 삶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는 늘어나는 불법이민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여름철로 들어서며 당국은 이른바 ‘보트시즌’에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이민자 수는 6만 명을 넘어서며 급증했고 당국은 올해 말까지 이민자 수가 1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yg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