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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패’ 홍명보호ㆍ브라질팀에서 배우는 기업 경영인 타산지석…무사안일ㆍ유유상종ㆍ거세개탁
성공 취해 ‘플랜B’ 없이 과거 상황 답습…원칙 어기고 ‘의리기용’
책임지지 않고 남탓만…노키아ㆍ동양 등 ‘실패 기업’서 엿보여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승도 없이 21세기 최악의 성적(1무2패)으로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결국 귀국 1주일 만에 감독 직을 사퇴한 홍명보 축구국가대표 감독. ‘경기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 속에서도 천신만고 끝에 4강에 올랐지만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1-7로 대패하며 ‘축구 강국’ 명성에 먹칠을 한 브라질 축구 대표팀의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

두 사람의 실패 사례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경영진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하다. 두 감독은 선수 선발에 있어 인맥에 의존했고, 주전 경쟁은 없었으며, 팀 운영 과정에서 스스로 ‘원칙’을 파괴했다는 평을 받았다. 과거 성공 사례와 인맥에 의존하며 경영 원칙을 지키지 않아 실패한 국내외 기업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무사안일(無事安逸), 유유상종(類類相從), 거세개탁(擧世皆濁)이 이들이 주는 반면교사(反面敎師)다.

▶무사안일= 두 감독은 과거의 성공에 취해 ‘플랜B’ 없이 과거 상황을 답습했다. 홍 감독의 경우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성과가 독이 됐다. 포메이션도 상대를 가리지 않고 성공한 경험이 있는 ‘4-2-3-1’만 고집하다 낭패를 봤다. H조 조별리그 2차전 상대 팀 알제리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1차전 주전 5명을 교체한 것과 비교된다.

2002 한ㆍ일 월드컵에서 조국을 우승으로 이끈 명장 스콜라리 감독도 준준결승전까지 똑같은 멤버를 답습하다 네이마르(바르셀로나)와 치아구 시우바(파리 생제르맹)의 공백을 메우지 못해 굴욕을 맛봤다.

과거 실패한 기업들도 그랬다. 노키아(핀란드)와 코닥(미국)은 과거 피처폰, 필름 사업의 영광을 버리지 못해 존망의 위기에 이르렀고, 소니(일본)도 트리니트론 브라운관에 의존하다 액정표시장치(LCD) 등 평판 TV 시대 진입에 늦고 말았다. ’파괴적 혁신’에 실패한 것이다. STX그룹과 웅진그룹도 연이은 인수ㆍ합병(M&A)의 성공 사례만 믿고 계속해서 M&A에 덤비다 실패의 쓴맛을 봤다.

이호욱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은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과 진입해 있는 시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 탓에 파괴적ㆍ지속적 혁신을 하지 못 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유상종= 두 감독 모두 대표팀 구성 과정에서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를 우선적으로 선발한다’는 ‘대원칙’을 어겼다. 대표팀 주전 공격수 박주영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2부 리그 왓퍼드에서도 벤치 신세를 졌고, 브라질 대표팀의 골키퍼 훌리오 세자르도 역시 잉글랜드 2부 리그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에서 후보 선수다.

홍 감독은 ‘엔트으리’라는 비아냥까지 들을 정도로 2012 런던 올림픽 멤버들을 대표팀에 대거 중용했으며, 조별리그 내내 3차전 일부 멤버를 제외하고 주전에 변화가 없었다. 스콜라리 감독 역시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멤버들을 거의 그대로 기용했다. 경쟁이 없었던 것이다.

인맥에 의존했던 사례는 국내외 기업에서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 동양그룹의 경우 이혜경 부회장이 김철 동양네트워크 사장 등 일부 측근에게만 의존했고, 윤석금 웅진 회장도 국내 사정에 어두운 해외 유명 대학과 컨설턴트 출신을 요직에 중용한 게 실패 요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세개탁=거세개탁은 ‘지위고하(地位高下)를 막론하고 세상이 온통 혼탁하다’는 뜻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이 남 탓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감독은 물론 대한축구협회와 브라질축구협회의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홍 감독은 결국 감독에서 물러났지만, 조별리그 탈락 뒤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지배당하지 않고 내가 판단한다”고 했고, 지난 10일 사퇴 기자회견에서도 “내 삶이 그렇게 비겁하지 않았다”며 해명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패’의 또 다른 원흉으로 지적되고 있는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아직도 사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스콜라리 감독도 4강전 뒤 “우린 지금 3-4위전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라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동양의 경우 회사가 어려움에 빠진 상황에서도 모럴 해저드(moral hazardㆍ도덕적 해이)에 빠진 경영진이 대부분이 서민인 ‘개미 투자가’들에게 비(非) 법정관리 계열사 회사채를 팔아 빈축을 샀다.

도널드 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대부분 기업은 위기의식을 가져도 과거 통했던 잘못된 대응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더 큰 위기에 빠진다”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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