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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죽음문턱서 살아온 이들의 변화얘기”
-신간 ‘쿵쿵’ 저자 목사시인 고진하
고통·절망 겪은 30인의 사연 담아
아픔통해 삶에 대한 내면변화 감동



“이번 책을 쓰면서는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다른 글을 쓸 때는 그런 적이 없었죠. 이 책은 선교 목적으로 씌여진 책이 아닙니다. 치료의 과정을 다룬 글도 아니지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사람들의 내면적 변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신도들에게는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번도 안해오다 죽음의 문턱에 가서야 죽음을 절실하게 경험하게 된 목사도 있다. 소아과의 환자였다가 소아과 의사가 된 사람도 있다. 죽음의 선고를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자기를 내려놓음을 통해 회복된 이도 있다. 죽음 바로 직전에서 살아나서야 평생을 쫓았던 물질적인 욕망을 내려놓은 사업가도 있다. 그 중에서도 ‘전전뇌증’이라는 뇌기형을 가진 딸을 둔 어느 엄마의 사연은 고진하 목사(61)에게 가장 많은 눈물을 쏟게 했다.

“죽음에 이를 정도로 아픈 경험을 통해서 생사의 문제, 존재의 근원을 (절대자에게) 내맡기는 변화를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시를 쓰는 목사, 전업시인인 목회자로 더 잘 알려진 고진하씨는 최근 펴낸 책 ‘쿵쿵’(넥서스크로스)에서 생존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수술이나 중증치료를 받은 이들 중 기적적으로 살아난 30명의 사연을 담아냈다. 


고진하 목사는 지난해 11월부터 환자들이 쓴 글을 읽고, 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사연을 극한의 고통과 절망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에세이로 엮었다. 병원에 가길 유난히 싫어했다는 고 목사는 수술실을 찾아 뇌를 열고 배를 벌리는 집도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짐승들을 많이 잡았죠. 지금도 아주 가끔은 식구들 먹이려고 닭을 키워 잡기도 합니다. 그런데 닭 잡을 때 부르르 하고 손에 전해지는 느낌이 싫어요. 그래서 사람들한테 얘기합니다. 생명 귀한 줄 알려면 직접 키워서 잡아먹어 보라고 말입니다. 마트에서 사다 먹으면 생명인지 뭔지 알 수가 없지요.”

고 목사는 마흔 후반까지 교회 담임을 하다가 접고 전업 시인이 됐다. 목회는 지금 사는 강원도 영월의 한갓진 시골 한옥집에서 열 가정 정도를 모아 하는 정도다. 작년부터 주위에 널린 잡초(야생초)를 뜯어먹는 재미에 푹 빠졌다.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요새 사람들은 흔한 거 귀하게 안 여기고 흔치 않은 것만 귀히 여긴다”며 “하나님도 말씀도 어디든지 계시는 것이며, 야생초도 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골집 대문에 “흔한 것이 귀합니다!”라고 써 붙여 놓았다.

고 목사는 시인으로서뿐 아니라 개신교 목회자로는 흔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인도를 5년간 여행하며 인도의 고대 철학경전인 ‘우파니샤드’를 공부했고 이를 주제로 책(‘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우파니샤드 기행’)을 쓰기도 했다. 불교와 힌두교 경전도 탐독했다. “모름의 신비를 위해 나를 열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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