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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 사교육?…악! 300만원 논문과외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국내 유명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 A(28ㆍ여) 씨는 요즘 방학인데도 바쁘다. 서울, 인천 , 경기 등 유명 고등학교를 다니며 ‘논문 특강’을 하기 때문이다. A 씨가 가는 고등학교는 대개 국제고나 자사고. A 씨는 이곳에서 논문을 쓰는 기본적인 방식에 대해 지도한다. A 씨는 “각 지방자치단체나 학교 단위로 지도교수에 논문 지도 의뢰가 들어오는데, 고등학생들이 암기식으로 논문 작성법을 배우는 게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대학입학 전형에서 교외 수상 실적 등을 일체 기록하지 못하도록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시작되면서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소논문 작성’이 새로운 핵심 스펙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A 씨 같은 이들이 ‘귀한 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논문과외가 수백만원(150만~300만원)까지 호가해 자칫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헤럴드경제가 직접 상담한 서울 강남 논현동의 한 논문컨설팅 학원은 과외방식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논문 주제를 잡는 것부터 청소년 학술제 등 학계에 해당 논문을 발표하는 과정을 두달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금액은 한 달에 150만원 씩, 300만원을 선지급해야 한다. 이 학원 컨설팅 담당자는 “사교육 조장 때문에 공식적으로 선행학습이 금지되고 대외성적을 기록하는 것이 금지됐기 때문에 논문 기록이 대입 면접 때 중요한 가산점 요소가 된다”며 등록을 부추겼다. 서울 송파구의 또 다른 논문 컨설팅 학원에서는 같은 과정을 350만원에 진행하고 있었으며, 이 학원의 경우 강사들 중 박사학위를 소지하지 않거나 논문 강의 경력이 없는 강사들도 포함돼 있었다. 

학교 등교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이처럼 최근 논문이 대입에 중요 요소로 떠오른 것은 바뀐 입시제도 때문이다. 학교에서 선행학습이 일체 금지된 가운데, 올해부터 도입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제출하는 서류에 교외 수상실적 등을 기재할 수 없게 된 것. 때문에 내신 등급이 비슷한 학생들이 경쟁할 경우 관심분야를 연구이력으로 표현할 수 있는 논문발표 업적이 변별 요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새로운 스펙쌓기가 일반고보다는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등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고,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과외 수업을 받을 뿐 아니라 학교 단위에서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을 섭외해 특강을 하는 등 소논문작성 수업에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일반고에서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국내 사교육업체 입시상담 담당자는 이와 관련해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아이들은 이미 수능준비가 2학년께 끝나 있기 때문에 일반고 아이들에 비해서 논문이라는 새로운 스펙에 투자할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다”며 “강남 대치동 등에서 학부모들이 소규모로 공부방을 만들어 고액의 논문작성 과외를 하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했다. 또 “논문발표 업적이 얼마나 입시에 변별력이 있는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일반고에서도 학교 단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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