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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지급준비금이 위태롭다
파산대비 한은에 맡기는 일정액…지준금 2006년이후 증가세 둔화
기업 예금 폭증…잔액은 배 증가…기업 뭉칫돈 인출수요 몰릴땐
은행 지급결제시스템 위협


은행들은 의무적으로 돈을 쌓아둔다. 고객이 언제 자신의 예금을 찾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제때 지급하지 못한다면 은행은 파산하게 된다.

이럴 때를 대비한 게 ‘실제지급준비금’인데, ‘시재금’(은행 보유 현금)과 예금의 종류에 따라 일정 비율을 한국은행에 맡긴 ‘지준예치금’이 그것이다.

과거, 예금고객은 대부분 가계였다. 가계의 저축이 투자자금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가계는 자금부족에 시달리고 기업에는 자금이 넘쳐난다. 기업들이 남는 돈을 은행에 맡기면서 기업예금이 폭증한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과거 기준에 지준금을 맞춘 나머지 은행의 지급결제시스템이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은행들은 주로 가계예금의 인출에 대비했다. 그들도 그럴 것이 예금의 주체가 가계였던 탓이다. 그러나 기업예금의 증가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지준금이 위태롭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제지급준비금(평잔 기준)은 2006년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2006년에 전년대비 36.0% 증가한 것을 정점으로 ▷2007년 2.6% ▷2008년 14.0% ▷2009년과 2010년 각 8.4% ▷2011년 6.1% ▷2012년 1.7% ▷2013년 5.9% 각각 늘어났다.

이 준비금을 잔액 기준으로 보면 2006년말 20조3470억원에서 지난해 말 31조959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업예금은 161조8240억원에서 310조7560억원으로 배 가까이 늘어났다.

총예금 중 요구불예금의 경우 2011년 기업이 가계를 앞질렀다. 기업 39조1220억원, 가계 35조1360억원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 41조2160억원, 가계는 41조958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예금이 빠르게 늘어나는 최근의 상황을 감안할 때 지급준비금 증가세 둔화는 은행의 지급결제시스템 안정화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실제지급준비금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불어난 기업예금과 지난해부터 증가 폭을 확대시키는 요구불예금 등 예금규모에 비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기업예금은 변동성이 크다. 가계에 비해 규모가 큰 뭉칫돈이 들락날락하는 것이다. 인출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즉시 결제가 어려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준금을 더 쌓는 것은 은행들에게 부담이다. 돈을 굴려 수익을 내야 하는데, 가만히 묵혀두는 셈이다. 중앙은행에 맡길 때 이자는 없다. 과거 이 지준금에 이자를 주자는 얘기도 나왔다. 한국은행이 싫어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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