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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로 돈이 몰린다…외환보유고ㆍM&A 역대 최고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아시아에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한국과 홍콩, 싱가포르, 대만의 외환보유고는 사상 최대로 불어났고, 기업 간 인수ㆍ합병(M&A) 규모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커졌다. 지난해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뒤 아시아 신흥국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던 것과 정반대의 흐름이다.

▶아시아 달러곳간↑=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 지역의 외환보유액이 기록적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JP모간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현재 아시아의 외환보유고 총액은 7조48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외환보유고 총액 11조9000억달러의 63%를 차지하는 액수다.

국가별로 보더라도 보유 외환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곳이 많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다음 주 안으로 3조9900억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달성할 것으로 시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전망했다.

또 우리나라는 6월 말 현재 3665억5000만달러를 보유, 12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 홍콩, 싱가포르, 대만도 최근 잇달아 사상 최고 수준의 외환보유액 기록을 경신했으며, 일본의 경우도 보유 외환 규모가 1조28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외환보유고 추이 [자료=WSJ]

▶달러, 금융완화 완충제=아시아 외환보유고가 이처럼 크게 불어난 데는 역내 중앙은행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WSJ은 분석했다.

Fed가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에 나섰음에도 불구, 미국과 유럽의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저환율을 우려한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달러를 쌓아놓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선진국이 제로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면서 달러와 유로를 살포하면,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강세를 보여(환율 하락) 수출기업이 타격을 입게 된다.

결국 아시아 중앙은행의 달러 매입세는 선진국의 금융 완화정책에 맞서기 위한 ‘완충제’인 셈이다.

프레데릭 뉴먼 HSBC 아시아경제연구소 공동책임자는 “아시아가 좋아서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현상의 왜곡적 요인은 바로 Fed의 양적완화”라고 설명했다.

실제 Fed는 테이퍼링에 착수한 올해에도 3530억달러 가량의 돈을 시중에 공급, 신흥국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같은 기간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은 1500억달러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Fed가 테이퍼링을 시사한 뒤 막대한 현금 유출로 신흥국 외환위기 공포까지 고조됐던 ‘트라우마’는 아시아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달러를 비축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로 JP모간 글로벌시장 전략가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를 늘릴 뿐 아니라 국채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데 주목하며 “비정상적으로 낮은 실질금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M&A 역대 최고=아시아의 ‘현금러시’는 외환보유고뿐 아니라 M&A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WSJ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한 M&A의 규모는 총 3677억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커졌다.

이는 상반기 1조8300억달러 규모의 계약이 성사되며, 금융위기 직전 2007년 수준으로 돌아간 글로벌 M&A 시장의 상승세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M&A 거래 규모도 올 상반기 각각 56%, 37% 팽창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시아 M&A 시장의 약진에는 역내 최대 시장인 중국이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에서는 최근 알리바바, 텐센트, 레노보 등 정보ㆍ기술(IT) 공룡기업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으로 ‘메가딜’이 잇달아 발표됨에 따라 시장 규모가 1295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42% 커졌다.

KKR, TPG 등 글로벌 사모펀드가 뛰어든 호주 M&A 시장의 열기도 뜨겁다. 호주 M&A 거래 규모는 상반기 356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83% 늘었다.

아시아 M&A 거래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향후 경기를 낙관한 기업들이 지갑을 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일본이 친기업적 정책을 발표한 지난 5월 이후 분위기가 상승 반전하고 있다. 홍콩과 일본 증시는 5월 초 이래 각각 8%, 10% 상승하며 연초의 부진을 씻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시티그룹의 콜린 밴필드 아태지역 M&A부문 대표는 “시장 거래가 활발해지고 많은 기업들이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자신감이 상승한 기업 경영진들이 M&A 계약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M&A 추이 [자료=WSJ]

▶홍콩 부동산 시장 훈풍=아시아로 돌아오는 자금은 한동안 침체돼있던 홍콩의 부동산 시장에도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의 주택판매량은 5960채로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는 시장 곳곳에서 느껴지고 있다.

아시아 최대부자 리카싱(李嘉誠)의 청쿵그룹이 홍콩 시내에 개발하고 있는 고급 아파트의 경우, 15만홍콩달러를 내고 우선 청약권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줄을 잇고 있다.

내년 완공 예정인 이 아파트의 가격은 평방피트당 최대 1만4000홍콩달러로, 청쿵그룹이 지난 2년 간 진행한 개발 프로젝트 중에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추락을 거듭하던 주택가격도 바닥을 찍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홍콩 신규 주택가격은 2002년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10월 이후에도 20% 가까이 떨어졌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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