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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우울증 치료제
게일 와이트 스탠퍼드 대 실험미디어아트과 교수는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의미있는 사물로 우울증 치료제 루디오밀을 꼽으며 정신 병력을 고백한 적이 있다. 어느날 헌 옷가지를 굿윌에 보내기 위해 장롱정리를 하다가 게일은 낡은 가죽 지갑 하나를 발견한다. 가장자리에 구멍이 숭숭 나고 지퍼도 고장난 용도 폐기된 지갑이 소중하게 보관된 데는 그 안에 들어있는 한 알의 루디오밀 때문이었다. 우울증 집안내력을 지닌 게일은 10대때 부터 죽음을 늘 생각했던 것 같다. 좀비처럼 화장하고, 종종 공동묘지나 묘비, 시든 장미들로 가득한 풍경을 그렸다고 고백한다. 그는 2년동안 학교에서 심리치료룔 받았지만 효과가 없자 약물치료에 들어갔다, 그때 처음 복용한 약이 메리톨이었다. 약효는 2주후에 나타났다. 스스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고 심하게 웃어댔다고 한다. 그 약은 곧 결함이 있는 약으로 판명됐다. 심장마비로 몇사람이 죽은 것이다. 그 뒤 처방받은 약은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런 몇번의 시행착오 뒤 만난 약이 루디오밀이었다. 적당히 기분이 좋아지고 심하게 웃지도 않는 적당한 행복감을 주는 약이었다. 그는 난생 처음 자신감을 갖고 생활했다. 3년동안 그렇게 지내다 게일은 문득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그리고 서서히 약을 줄여나갔다. 지갑 속의 약은 그 마지막 루디오밀이었다. 

불과 100년 전만해도 정신질환 치료에는 끔찍한 방법들이 쓰였다. 그 중 ‘벤자민 러쉬의 안정의자’란 것도 있다. 의자에 사지를 묶어 근육의 움직임과 신체활동을 줄임으로써 뇌혈류량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우울증 치료가 가벼워진 것만해도 다행이다. 최근 2NE1의 멤버 박봄이 4년전 복용했다는 암페타민이 화제다. 문득 박봄도 마지막 알약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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