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재소자의 화장지에서 90세 노신자의 병풍까지, 다양한 사연담은 성경필사본 전시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감옥에 갇혀 두루마리 화장지에 깨알같은 글씨로 써내려간 것이 있다. 90세의 노(老) 여신자가 옮겨적은 잠언은 12폭 병풍에 담겼다. 어머니에서 아들로 다시 손녀로 대를 이어가며 씌어진 것도 있다. 손으로 써내려가고 종교적 열정으로 이어간 성경필사다.

다양한 사연을 품은 ‘성경필사본 전시회’가 지난 24일부터 서울 목동 CBS 본사에서 열리고 있다. 기독교방송 CBS가 창사 6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이 전시회엔 인천선린교회가 제공한 세계 최대 성경전서를 비롯해 전교인이 참여한 필사 성경, 희귀한 두루마리 필사본, 12폭 잠언 병풍 필사본, 두루마리 화장지에 쓴 필사본 등 총 350점이 선보이고 있다.

CBS에 따르면 성경 필사 열기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신앙 표현으로, 대한성서공회가 세계성서공회에 보고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 작품을 제출한 성경 필사자들은 성경 66권을 완필하는데 평균 3년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성경 전권의 반복 필사에 도전하는 사례도 많아 6~7번은 보통, 많은 경우 20~30회 이상 적어내려간 사례도 있었다.

재소자가 두루마리 화장지 양면에 기록한 필사본이 있는가 하면, 수십년 동안 수십번 필사를 해온 90세 이상의 노신자들도 있다. 한글은 물론이고 영어, 중국어, 일본어까지 4개 국어로 필사를 한 사례도 있다. 사업 실패로 돈이 없어 팩스 전송지에다 필사를 완성한 이도 있다. 광명교회 장로 하태수 씨는 1년 5개월에 걸쳐 대형 필사본(크기 125x85㎝, 무게 78㎏)을 써내 기네스북에 올랐다.

전시회는 31일까지 계속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su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