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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사람을 죽이나요” 이라크 전쟁 고아의 눈물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죽이나요? 돈을 받고 하는 일인가요?”

2003년 2차 이라크 전쟁으로 고아가 된 11살 소녀 하제르 사미가 슬픈 눈망울을 하고 물었다.

하제르 가족의 비극은 7년 전 경찰이었던 아버지가 바그다드 길거리에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시작됐다. 이후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고 하제르는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겨우 4살에 아버지를 잃은 하제르는 자신의 전부였던 가족에 대한 기억도 이제 잘 나지 않는다. 하제르는 바그다드 외곽 시아파 근거지 사드르 시에 있는 알누어 고아원에 수용된 아이들 300명중 하나다.

미국 뉴스전문채널 CNN방송은 7일(현지시간) “이라크 유혈사태가 지속되면서 부모를 잃은 고아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폭력의 도시 바그다드 중심이 부모를 잃은 아이들로 넘쳐난다”며 “아이들의 부모는 폭탄과 총격 심지어는 자살폭탄으로 사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고아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집계도 어렵다. 이라크 고아원 재단(IOF)은 2003년 미국 공습 이후 수백만명의 고아가 발생했다고 추산했지만, 국제연합(유엔)은 수십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이 숫자가 최근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 ‘이라크ㆍ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의 공격으로 이라크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더욱 불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이라크 내전으로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알누어로 보내지는 아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알누어고아원 설립자 리차 알 아부디는 “2009년 고아원 설립 당시 아이들은 10명이었다”면서 “고아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고갈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가장(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의 엄마는 너무 적은 월급에 이라크에서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10개월 전 아버지를 잃은 하제르의 친구 바닌은 다른 형제 3명과 함께 알누어 고아원에 살고 있다. 6살난 남동생 알리는 한시도 바닌과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바닌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말할 때 누나의 손을 꼭 잡았다.

가장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좀 더 나은 음식, ‘샤와르마(이슬람 샌드위치)’”라고 말했다. 바닌의 이모 움 사자드는 “아이들이 잃어버린 것(가족)을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아 그날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제르의 고민은 계속된다. ‘누가 아빠를 죽이려고 했을까? 왜 사람들은 군중 속에 폭탄을 떨어뜨릴까?’ 이해할 수 없는 질문 속에 이라크 아이들의 미래는 저당잡히고 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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