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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춤 vs 심플…카드업계 ‘세그멘(segmentation : 고객분류)’ 바람
정보유출로 체면구긴 카드사…영업력회복 점유율 불꽃경쟁
선두 신한, 빅데이터활용 ‘맞춤화’…추격업체, 쉬운이름 사용 ‘심플화’



올초 대규모 정보유출로 훼손된 영업력 회복을 위해 국내 카드사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출 사고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선두업체와 추격업체들 사이에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ㆍ고객분류) 전략의 차이가 극명해졌다는 것이다. 선두사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교한 맞춤화로 1위 굳히기에 나서고 있는 반면 나머지 사들은 단순화 전략으로 판 흔들기를 노리고 있다.

▶‘26만2000개 vs 7개’=최근 카드 세그멘테이션의 대세는 중하위 업체들을 중심으로 심플화 시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흐름의 좌장격인 현대카드는 알파벳 시리즈에 이어 지난해부터 새 포트폴리오 ‘챕터 2’로 승부를 걸고 있다. 종전 21개 카드종류를 7개로 대폭 줄이고, 혜택도 포인트 적립과 할인 딱 두가지로만 분류했다.

반면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자사회원 2200만명의 소비 패턴을 분석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세세한 특성에 맞춘 카드를 제시하는 뉴 세그멘테이션 모델 ‘코드 9’로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카드 고객을 남녀 각각 9개씩, 모두 18개 그룹으로 나눴다. 각각의 그룹엔 ‘루키(새롭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초년생)’, ‘브라보 라이프(사회 활동 활발한 중ㆍ노년)’, ‘트렌드세터(감각적 소비가 많은 호기심 많은 여성)’, ‘잇걸(활발한 소비와 대외 활동을 하는 젊은 여성) ’등의 영어 이름을 붙였다.

앞으로 이런 특징을 조합해 신상품을 만들게 되는데, 이론적으로 코드 9을 기반으로 소비자 특성과 소비 트렌드를 조합해 설계할 수 있는 상품 수는 26만2000개다. 신한카드는 코드 9의 첫 작품으로 트렌드세터와 루키를 조합해 ‘23.5도’를 출시했다.

▶‘빅데이터 분석 대(對) 단순한 게 좋다’=신한카드의 빅데이터 전략에 다른 카드사들은 네거티브로 전략으로 응수하고 있다. 이미 여러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고객들에겐 복잡한 체계보단 알기 쉬운 이름의 시리즈로 다가서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카드는 단순함의 절정은 숫자에 있다고 보고, 1에서 7까지의 숫자 카드를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최치훈 전 사장의 바통을 올해부터 이어받은 원기찬 사장도 이같은 라인업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KB국민카드도 지난해 말 고객의 라이프스타일별로 특화된 4종의 한글 시리즈 카드인 ‘훈ㆍ민ㆍ정ㆍ음 카드’를 출시했다. 훈, 민, 정, 음 각 음절이 가진 뜻에 따라 생활, 쇼핑, 뷰티, 여행 등 관련 할인과 연계했다. 우리카드도 지난 4월 분사 1주년을 맞아 ‘가나다 카드’를 출시함으로써 단순화 바람에 동참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한카드는 회원수가 2000만명이 넘어 너덧개의 기준만으로 세그멘테이션이 어렵다는 사정도 빅데이터 쪽으로 전략을 선회하는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EO ‘장외 신경전’도 치열=순위 전쟁이 치열하다보니 최고경영자(CEO)의 신경전도 불꽃이 튄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카드의 챕터 2, 삼성카드의 숫자리시즈 등에 대해 선두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일격을 가했다.

이에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일 큰 식당, 제일 큰 호텔, 제일 큰 옷집, 제일 넓은 사무실은 우리 2등들이 재미없어 하는 것”이라며 “로맨틱한 식당, 편안한 호텔, 센스있는 옷집은 우리 2등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언제까지나 이런 2등만 하겠다”고 반격했다. 가나다 카드를 놓고 현대카드와 우리카드의 표절 시비가 붙기도 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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