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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 - 김상복> 관심병사와 격려사회
군대안 20% 남짓이 관심병사
그들이 격려를 체험 한다면
빛나는 시기로 기억될 것
이보다 더 큰 미래투자는 없어



강원도 고성군 GOP(전방소초) 총기 사건으로 임모 병장이 구속됐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취임 전 병력관리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 약속했지만 과연 기다리고 있을 만한지 모르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있는 것도 갑갑하지만 ‘혹시나’하는 기대가 ‘역시나’가 되고 끝내 기억에서 멀어질까 우려된다. 관심병사를 둘러싼 현실이 우리 마음을 어둡게 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들은 군 체험을 ‘썩는다’고 표현한다. 주변서도 정말 중요한 시기에 ‘썩고 오니 참 안타깝다’는 어조로 자조하면서 말한다. 그래도 군대에 갔다 와야 어른 된다고는 하지만 그리 위로는 안 된다. 이런 군대 안에 20% 남짓 관심 병사가 있다고 한다.

군대의 ‘썩는 기간’을 ‘발효 기간’이 되게 할 순 없을까. 군대에서 배우게 되는 것이 획일화와 요령, 중간만 하라는 적당주의, 다름에 대한 배척과 ‘은따’와 관련한 미세 정치술, 줄서기 행동 방식 등이라면 이 기간은 정말 ‘썩는 기간’일 수밖에 없다. 자기 삶이 썩는 부패의 공간에서 생존해 올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부패가 발효로 되기 위해서는 효소가 필요하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격려(encourage)’의 효소를 뿌려 보는 것은 어떤가. 군대는 의무와 책임, 명령과 복종을 기본으로 하는 조직이다. 모두가 자신을 유보해야 하며 또 각자의 영역을 서로 침범할 수밖에 없다. 힘듦과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각자 다르기에 더 증폭된다. 누구나 자신의 잠재 능력보다는 실행능력을 보여야 하는 생활 조건이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독특함과 잠재능력을 쉽게 실행하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심리학자 딩크 마이어는 잠재능력과 실행능력의 차이를 매 꿔 주는 것이 바로 격려라고 주장한다.

병영 안에서 격려 문화를 체험하고 사회로 돌아온다면 군대 체험이 썩었다가 오는 기간이 아니라 격려받고 격려자로 변신하는 ‘발효하는 기간’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현행 징병제하에서 군대 가는 젊은이들은 청소년 후기에서 성인기 초기에 해당한다. 이 단계는 평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기 만듦의 시기다. 누구나 거치는 이 시기가 빛나는 시기로 기억되게 하는 체험은 그 사람이 평생 행복을 위한 자원을 마련할 마지막 기회다. 이 시기를 평생 성장과 발달을 위한 여정에서 격려받는 시기로 기억된다면 얼마나 귀중하겠는가. 군대의 실생활에서 격려받는 체험은 정말 잊지 못할 것이다. 한 인간에게 발효의 시기, 성숙의 시기가 주어질 수 있다면 군대 경험의 사회적 가치는 대단할 것이며 이보다 더 큰 미래 투자는 없다.

오늘날 군대로 가는 이들은 누구인가. 입대자들은 이미 낙담한 사람들이다. 청소년 후기에서 성인기 초기 과정을 ‘대학-군대-취업’이라는 사회적 시간을 경유하며 대외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보낸다. 이때 얻어지는 개인적인 성취가 자아와 정체성 확립에 큰 영향을 준다. 입에서 단내나도록 선착순 경쟁을 해 온 이들은 혼돈과 위기를 경험하는 청소년기를 가졌다. 스스로 음미하며 자아정체감을 확립할 수 있는 ‘자기 만듦’의 1차 매듭기는 박탈당한 청년들이 대부분이다. 대학 입학에 성공한 이들조차도 입시과정에서 몇 차례 ‘눈치보기-낙방-강제 선택’ 과정을 지나오면서 자신의 한계는 물론 적당한 실패감을 갖고 출발한다.

결국 이중 삼중으로 낙담한 젊은이들이 군대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이 군대서 썩는 게 아니라 초기 성인기 자기 만듦을 할 수 있는 발효의 기간이 되게 하는 것은 대단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격려를 체험한다면 이 시기가 그들에게는 회복과 축적을 했던 빛나는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진보교육감이 필요하지만 군대와 병영개혁을 위해서 꼭 진보 국방장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격려는 모두에게 중요한 효소이기 때문이다. 이제 ‘격려 사회’로 가자.

김상복 한국코치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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