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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 여파로…강남 스포츠센터도 ‘먹튀’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A 씨는 올해 초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수영장에서 연회원권을 끊으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50만원 상당의 연간 회원권을 현금으로 구매했다 낭패를 봤다. 3월에 연회원권을 구매했는데 4월에 해당 업체가 경영사정 악화를 이유로 갑자기 폐업한 것. A 씨 등 정당한 값을 지불한 이용객들은 설명조차 제대로 듣지 못한 채 두달 여간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최근들어 요가, 헬스장 등 스포츠센터가 돌연 폐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계속되는 불황에 최근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건 프랜차이즈 스포츠센터까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소규모 스포츠센터들이 어려움을 겪다보니 생긴 일로 보인다. 피해자는 물론 고객들이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헬스장 역시 지난 3월 부도가 났다며 돌연 해당 업체가 사라졌다. 이용객들은 평소와 같이 운동을 하기 위해 헬스장을 방문했다 갑자기 문이 잠긴 채 담당자들이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아 소비자보호원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가 다음 업체로 운영권을 넘겼으니 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단체로 헬스장을 운영하는 회사 측과 대화해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체력단련장 관련 소비자 피해는 15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7%정도 증가했다. 


최근 이처럼 ‘먹튀 스포츠센터’가 늘어나는 것은 계속된 불황 탓이다. 헬스장, 요가 등 운동관련 시설이 세분화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동네 스포츠센터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것이다. 여기에 유명 연예인들의 얼굴과 이름을 내걸고 사업을 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헬스장이 방송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형 스포츠센터는 고사 직전에 몰리고 있다.

서울 은평구 연신내의 한 헬스장 운영자는 “헬스장은 기본적으로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인데, 요즘은 본전을 찾기 힘들어진 게 사실”이라며 “회원들에게 3개월 이상 회원권을 현금으로 끊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소형 스포츠센터의 경우 대개 지역 주민이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피해에 대한 구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해당 업체에서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지 않고 폐업 후 승계받은 업체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반쪽짜리 보상’으로 상황을 무마하는 게 대부분이다.

소비자단체 등은 “많은 회원들이 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회원권을 현금으로 끊는 데다 영수증을 보관하지 않기 때문에 보상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럴 경우에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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