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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마트, 과일 · 채소 저장기간 연장 신기원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옛말에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 했다. 특히 장마철이면 농심(農心)은 타들어가고, 소비자는 쌈짓돈 나가는 통에 울상을 짓는 일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이젠 장마철이라고 해서 1년 애써 기른 수박을 밭에서 깨부수는 일도,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돈을 주고 당도 높은 수박을 사먹는 일도, 또 상추값이 ‘금값’으로 천정부지 치솟는 일도 없어질 전망이다.

이마트가 8일 경기도 이천시 소재 후레쉬센터에서 첨단 저장기법 CA(Controlled Atmosphere) 기술을 선보였다. 지난 2012년 유통업계에서 처음으로 후레쉬센터를 선보인데 이어 이번에 또 한번 한국 유통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 이에따라 장마 등 날씨 변동에 따라 급변할 수 없는 농산물 시장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된다.

수박은 사과나 배와 달리 장기 저장이 불가능한 몇 안되는 제철 과일 중 하나로 꼽힌다. 수박은 제아무리 저온저장을 하더라도 길어야 3일 이내로 저장 기간이 매우 짧다. 게다가 장마철이되면 평균 당도가 2~3 브릭스 가량 떨어져 일명 ‘맹탕수박’이 되는 일이 태반이다. 밭에서 무더기로 폐기된 수박 사진이 신문기사를 장식하는 것도 한 두해의 일이 아니다.


이마트는 이번 CA저장 기술을 통해 수박의 저장 기간을 최대 10일까지로 획기적으로 높였다. 오는 10일 처음 선보이는 ‘CA저장 수박’도 지난주 비가 오기 이전에 수확한 맹동과 고창 지역의 당도 높은 수박(평균당도 12.5 브릭스)을 첨단 신선식품 유통센터인 ‘CA 저장고’에서 저장한 상품이다.

이마트가 장마 등 날씨마저 극복할 수 있는 신기술을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년간 첨단 저장 시설인 후레쉬센터에서 품종별, 기간별로 가장 이상적인 저장 조건을 찾기 위해 수십여 차례의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수박 등 과채류와 상추의 최적 저장 조건 데이터를 축적해왔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이를 위해 기존 대기조건인 질소 78%, 산소 21%, 기타 1%를 CA 저장고를 통해 산소 3~7% 전후, 이산화탄소 5~8% 전후, 질소 85~92%, 기타 1%로 대기조건을 조정했다. 산소비율을 극도로 낮춤으로써 농작물이 나이를 먹는 시간을 거의 ‘정지’에 가깝도록 멈춘 셈이다. 수박의 생육속도를 조절해 수박의 노화를 억제한 것이다.


실제 지난 해 장마 기간(6월 17일~8월 4일) 동안 수박 가격과 산지 강수량을 분석한 결과 우기에는 수박 가격이 더 비쌌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마 기간 49일 중 가락동 청과시장에서 경매가 있었던 40일 간의 데이터를 산지(고창)에 10mm이하로 비가 온 33일과 10mm 이상 비가 온 7일 간 둘로 나누어 수박 특상품(10kg) 평균 경매가를 조사한 결과, 건기 평균 가격은 1만8611원이고, 우기 평균 가격은 1만9448원으로 5%(837원) 가량 가격이 더 비쌌다.

이마트 관계자는 “CA저장 기술을 통해 장마철에 수박 산지 가격이 평균 10% 이상 상승하더라도 미리 저장한 수박을 통해 장마철 이전과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소비자 뿐만 아니라 농가입장에서도 CA저장은 수익을 늘려 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이와함께 장마 피해 대표 품목이었던 상추도 저장기간을 크게 늘려 장마철 물가 안정에도 나선다.

상추는 한 번 비가오면 상품성 저하로 3일동안 출하를 못하게 되는데다, 7월 중순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바캉스 수요로 지난해에도 장마철 가격이 평상시 대비 135.2% 급등했으며, 심지어 4배까지 가격이 오르는 품목이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7월 1일 1만2770원이던(4kg/청상추) 가격은 장마철 비가 많이 오기 시작하면서 7월 19일에는 가격이 무려 4만3822원까지 상승했다.

이에 이마트는 온도와 습도를 제어할 수 있는 후레쉬센터 저온저장 시설을 통해 저장기간을 기존 2일 이내에서 15일까지 늘리는데 성공, 올해는 장마기간에도 장마 이전 가격으로 상추를 공급할 예정이다. 

<적상추 주차별 시세 추이(가락시장 4kg 상 기준)>

이마트는 이같은 CA저장과 저온저장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자두, 천도복숭아는 최대 3개월 이상 시즌 확대, 수박과 메론, 포도는 최대 15일 연장, 상추는 최대 1개월까지 저장기간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이와관련 “이마트는 후레쉬센터 운영을 통해 선진국형 농수산물 유통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농수산물에 대한 가격 안정화 뿐만 아니라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품질 좋은 상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에도 CA저장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이상기온 등으로 급등락하는 과일과 채소를 안정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농산물의 노화를 억제해 수확시와 동일한 본래의 맛을 유지시키는 저장방식(저온, 산소, 이산화탄소 농도 조절)으로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는 기 도입돼 상용화된 저장기술로 국내에선 이마트가 처음으로 기술을 개발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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