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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最古 에로틱 그림, 에게해 섬에서 발견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기원전 5~6세기에 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적인 그림과 낙서가 에게해 남동부에 위치한 아스티팔라이아섬에서 발견됐다. 남색(男色)을 비롯해 다양한 성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이 그림과 낙서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생활뿐 아니라 고도로 발달된 언어 능력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6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아스티팔라이아섬 최서북단 배티만의 바위들에서 기원전 5~6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남근 그림과 성적인 문구가 적힌 낙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곳 해안가의 백운석질 석회암에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새겨놓은 그림과 낙서들이 다수 발견됐다.

그 중 기원전 6세기 중반에 새겨진 한 문구는 고대 그리스어로 “니카시티모인들이 여기 티미오나를 오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또 기원전 5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한 그림은 그리스 신화 속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의 이름을 새기고, 그 아래에 두 개의 남근을 그려넣기도 했다.

4년 전 아스티팔라이아섬에서 학생들을 이끌고 현장연구를 하던 중 이 그림을 찾아낸 선사고고학 전문가 안드레아스 블라초퓰러스 그리스 이오안니나대 교수는 “규모 면에서 매우 기념비적인 것”이라고 이번 발견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스스로 ‘승리의 명문(銘文)’(triumphant inscriptions)으로 표현한 이 그림과 낙서에 대해 “큰 글씨를 써서 성욕을 표현했을 뿐 아니라 성행위 그 자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면서 “이는 매우, 매우 드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낙서는 고대 그리스인들 사이에 성욕을 얘기하는 것이 ‘터부’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점 외에도, 언어학적 측면에서 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가디언]

블라초퓰러스 교수는 일부 문구가 “과거진행형의 동사를 사용해 두 명의 남성이 오랜 기간 동안 성관계를 갖는 장면을 묘사했다”면서 “이렇게 성행위를 강조한 것은 성적인 작품 중에서도 매우 특이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이 낙서가 아테네에 아크로폴리스가 건설되기 전 제작됐다는 점에서, 당시 고대 그리스인들이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리스 비명(碑銘)학회(GES) 사무총장인 안젤로스 마태요 박사는 이 낙서가 “‘티미오나’를 언급한 이 성적인 낙서를 쓴 사람이 그 누구든 글을 쓰는 데 매우 잘 훈련된 것임은 틀림없다”면서 “바위 표면에 매우 정교하게 새겨진 글로 봤을 때, 철학자, 학자, 역사가뿐 아니라 섬에 살던 일반인들도 글을 쓰는 법을 배웠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번에 발견된 것 중에는 노가 딸린 배, 단검, 나선을 표현한 그림도 있었다.

그 가운데 나선은 고대 그리스 키클라데스 미술에서 ‘영구적 운동’을 의미하는 상징물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편 아스티팔라이아섬은 최근까지 고대 그리스인들의 ‘묘지’로 알려져있던 곳이다. 신생아 유해가 안장된 묘지들이 대거 몰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발견을 통해 “그동안 제대로 발굴이 이뤄지지 않았던 그리스 섬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블라초퓰러스 교수는 지적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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