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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동부 사태 3개월 ‘유령도시’ 된 도네츠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도시 도네츠크. 석달여 전만해도 국가 최대 공업도시이자 군수산업의 요충지로서 활기차던 도네츠크는 이제 친 러시아계 분리주의 세력의 최후 항전지가 됐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슬라뱐스크, 크라마토르스크, 드루슈코프카, 콘스탄티노프카 등 도네츠크주(州) 북부 4개 도시를 탈환하자, 내몰린 친러 분리 세력은 6일(현지시간) 도네츠크 도심 광장에 결집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지자 수천명이 러시아와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국기를 흔들며 이들을 환영했다. 친러 세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조속한 군사 지원을 요청했지만, 러시아는 아무런 화답도 하지 않고 있다.

한 때 인구 100만의 도시 도네츠크는 공포에 찬 주민들이 도시를 이탈하면서 점차 ‘유령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사진 =도이체빌레]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공포를 느낀 주민 수만명이 달아나고, 기업 수백개가 문들 닫으면서, “도심 구석구석에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퍼져있다”면서 “ATM기는 현금이 떨어졌고 상점은 일찌감치 문닫았다. 총을 든 남자를 초밥 식당 밖이나 앰뷸런스 차량 뒤에서 보는 건 흔한 광경이 됐다”고 현지 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첸코 시장은 가디언에 “대략 3만명 주민이 도시를 떠났고, 중소기업 12%가 문을 닫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했으며 8207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먼저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소요 사태 이후 아파트 임대 사업의 주 고객인 장기 투숙 기업인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부동산 임대 사업가는 울상을 짓고 있다. 현지 아파트 임대사업가인 비탈리 사마린은 임대 아파트 수를 53개에서 12개로 줄였으며, 수입은 최소 60% 줄었다고 했다. 그가 13만달러를 주고 산 아파트 시세는 부동산 시장 붕괴로 현재 반토막 이상인 하락한 4만달러선까지 떨어졌다.

상점, 편의점 등은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아예 영업을 중단했다. 백화점 거리는 폐쇄됐고, 문을 열고 있는 백화점에도 ‘60% 할인’ 광고만 나부끼고 있다. 포시즌백화점은 고객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물류 길이 막히면서 외국 담배, 맥주, 의약품을 찾아볼 수 없게 됐고, 자국산만 넘쳐나고 있다. 특히 항암치료제, 항생제 등은 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

카페, 식당은 저녁 무렵이면 문을 닫아 해진 뒤 거리는 유령 마을이 된다. 바에서 월드컵 중계를 시청하는 이들도 없다. 카페 주 고객인 중산층 젊은 세대는 대부분 친 우크라이나계로, 도네츠크를 가장 먼저 버리고 떠났다.

한 친 우크라이나계 운동가는 “도네츠크에 있는 사람들은 점점 더 냉혹하고 분노에 차있다”며 “길거리에서 우크라이나 말을 쓰는 것조차 위험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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