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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인경, 멘탈훈련과 캐디의 영감이 이뤄낸 44개월 만의 우승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30cm 퍼트’의 악몽은 늘 그를 따라다녔다. 주말골퍼들도 컨시드(일명 OK)를 받는 30cm 퍼트를 어이없이 빼는 바람에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놓쳤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4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8번홀(파5). 단독선두를 달리던 그는 마지막 30cm짜리 파 퍼트만을 남겨놓았다. 메이저 우승 퍼트였다. 하지만 공은 홀컵을 돌아나가 연장전으로 끌려갔고 연장전서 우승컵을 놓친 그는 펑펑 눈물을 흘려야했다. 그의 이름 앞엔 ‘30cm 퍼트’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 충격 때문인지 이후 2년 넘게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김인경(26·하나금융)이 마침내 지긋지긋한 악몽에서 탈출해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ISPS 한다 레이디스 유러피언 마스터스 정상에 올랐다.

김인경은 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버킹엄셔주 데넘의 버킹엄셔 골프클럽(파72·6498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낚아 4언더파 68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적어낸 김인경은 단독 2위 니키 캠벨(호주)을 5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7만5000유로(약 1억원). 

사진=하나금융그룹

김인경은 이로써 LET에서는 2승째를 따냈다. 지난 2009년 12월 LET 오메가 두바이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그해 신인상을 수상했다. LPGA 투어 통산 3승까지 포함하면 프로 통산 5승째. 김인경이 우승컵을 들어올린 건 2010년 11월 LPGA 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무려 44개월 만이다.

김인경은 인터뷰에서 “우승컵을 안게 돼 정말 기쁘고 영광이다. 샷도, 퍼트도 모두 잘돼 즐기면서 골프를 쳤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캐디에게 받은 영감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캐디 제럴드 애덤스는 3일 프로암 도중 골프공에 맞아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김인경은 “캐디가 다음날 1라운드부터 내 백을 메러 나왔다. 바로 전날 여기저기 코피를 흘릴 정도로 크게 다쳤기 때문에 정말 놀랐다”며 “삶과 일상을 대하는 캐디의 자세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투어의 다른 선수들도 감동했다”고 전했다. 애덤스는 지난해 전립선암을 이겨내기도 했다.

김인경 소속사 관계자는 “김인경이 지난 겨울 멘탈 훈련과 요가, 여행 등으로 다른 선수와는 좀 다른 방식의 동계훈련을 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면서 자신의 리듬을 찾고 우승까지 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이로써 김인경은 오는 10일 영국 랭커셔주 사우스포트에서 개막될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 전망을 밝게 했다. 김인경이 2년 전 메이저대회에서 짊어진 악몽의 무게를 이번 메이저대회에서 훌훌 털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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