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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세상읽기> 판다와 탕웨이 그리고 시진핑
우리나라를 국빈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거수일투족이 단연 토픽감입니다. 첫날인 3일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이튿날인 4일에 기업인 면담 및 기업 탐방, 강연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게 될 거랍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판다외교’입니다. 판다는 중국을 상징하는 희귀동물입니다. 중국 정부는 우의가 돈독한 국가에 판다곰을 선물하곤 합니다. 곰 두 마리를 놓고 양국은 정상회담 공동성명 부속서에서 “양측은 유관기관 등이 판다 공동연구를 실시하는 것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판다의 상징성, 판다의 가치를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상대국에 대한 우의를 표시하는 중국식 외교가 바로 이런 겁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님 방한을 계기로 한 쌍의 판다를 한국에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이 한 쌍의 판다는 작년에 한국에 온 따오기들과 함께 앞으로 양국간 우호의 상징으로 한국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선물이라기보다는 임대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연간 100만 달러(약 10억1000만 원)를 ‘판다 공동연구비’란 이름으로 중국 정부 산하 협회에 우리가 지급하게 되니 임대에 가깝긴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외교정신입니다. 선물이 됐건 임대가 됐건 주고받는 그 의미를 높이 사야 한다는 겁니다. 오더라도 내년 말 쯤에 들어 올 것이라고 합니다. 워낙 희귀종인데다 통관 등 절차가 까다로운 게 그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판다를 보낸 것은 1994년 한·중 수교 2주년 때입니다. 당시에도 비슷한 형식이었는데 ‘밍밍’과 ‘리리’라는 이름의 한쌍은 1998년 IMF외환위기 때 비용과다를 이유로 다시 중국으로 돌려보내졌다고 합니다. 위기돌파라는 상징성이 컸을 법합니다만 아쉽습니다.

지금까지 판다외교의 결정판은 아무래도 미·중 관계 정상화에 따라 1972년 중국이 미국에 선물한 수컷 ‘싱싱’과 암컷 ‘링링’이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미국과 중국은 당시 미 국무장관 키신저를 메신저로 핑퐁외교를 주고받다 7년 뒤인 1979년에 수교를 하게 됩니다. 그 사이 적대적 관계였던 두 나라가 스포츠 문화 등 민간교류에 신뢰를 쌓고 우의를 다진 겁니다. 무엇보다 당시 냉전체제의 한쪽 축이던 소련의 기득권에 기가 눌려 버거워하던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지원과 보호가 필요했던 겁니다. 

중국의 상징 ‘판다’

그랬던 중국이 지금은 미국을 갖고 놀다시피 합니다. 미국 채권을 중국이 좌지우지합니다. 중국의 힘이 느껴집니다. 중국이 개방과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10년 노력을 해 성공한 반면, 소련은 그 시간에 해체라는 운명을 맞습니다.

중국은 명실상부한 G2국가로 세계정치와 경제를 리드합니다. 머잖아 미국에도 앞설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지금 한·중 관계는 역대 최상이라는 평가입니다. 북한은 좌불안석입니다. 북한과의 동맹국인 중국의 지도자가 북한을 제쳐두고 남한을 먼저 찾은, 선남후북(先南後北) 외교정책은 쇼킹한 사건입니다. 더구나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수차례 만나 회담을 가진 사이입니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과는 일면식도 없는 시 주석입니다. 올해로 김 위원장이 집권 3년차(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사망)를 맞았지만 관례와는 달리 아직도 중국방문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북한이 시 주석 방한에 앞서 단거릴 미사일을 펑펑 쏘아댔습니다. 기분 나쁘고 시샘 때문이라는 일부 언론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기자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입니다. 그런 시각은 편협합니다. 그보다는 자신들의 확고한 의제를 간접적으로 한중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렸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이를테면, 한반도가 이 정도로 불안하다는 점을 알리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하는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이렇게 불안한데 어떻게 인천아시안게임에 동찰 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3일 밤 시내 한 아카데미 강좌에서 이관세 경남대북한대학원 석좌교수(전 통일부 차관)로부터 직접 들은 얘깁니다. 

중국 유명배우 탕웨이

이틈을 비집고 일본 아베정권은 납북자문제를 갖고 북한에 바싹 다가섰습니다. 유엔이나 미국의 보조에 맞춰 취했던 북한 핵에 대한 독자적인 제재를 일부 풀어내는 등 화해제스처를 연발합니다. 미국은 중국에 적대적인 일본의 재무장을 노래하듯 찬성하고 나섰습니다. 적도 우방도 동맹도 뭐가 뭔지 헷갈립니다.

정말이지 혼돈의 시대입니다. 치열한 산법이 필요합니다. 제 살길 찾기 바쁘다는 중국 속담, 각자도생(各自圖生)이 불현 듯 생각납니다. 이런 때일수록 중국이 왜 다시 우리에게 한 쌍의 판다를 보냈는지 그 의미를 잘 생각해야 합니다.

참으로 절묘한 것은, 바로 이런 때 중국 최고 여배우 탕웨이가 한국에 시집오겠다고 밝힌 겁니다. 굉장한 또 하나의 ‘선물’로 여길만합니다. 지금 중국 팬들은 상실감으로 난리를 칩니다. 대신 전지현이나 송혜교라도 보내라고 말이죠. 아무튼 중국의 계산은 분명합니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반쪽보다 견실한 한반도와의 협력을 원하는 겁니다. 미국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미국을 견제하기에는 최상의 여건이니까요. 시진핑, 그 특유의 탁월한 비즈니스 DNA가 엿보입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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