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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이규호> 수출 기업, 소프트웨어 저작권 살펴야
지난 3월 13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검찰은 중국의 한 석유장비 기업을 반독점 혐의로 조사했다.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생산원가를 부당하게 낮췄고, 이는 불공정 행위에 속한다고 본 것이다. 지난 해 말 루이지애나주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루이지애나 주 검찰은 중국의 가전업체 광동칸보전자에 경고를 보냈다.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 회사 제품의 수입을 금지시키겠다는 내용이다. 결국 칸보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정품화하는 비용으로 25만 달러를 지불해야만 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문제를 저작권법이 아닌 불공정경쟁법(Unfair Competition Act)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아시아의 제조기업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미국 제조업체들을 지원하는 한편, 간접적으로 미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보호하는 효과적인 방안의 하나로 불법적인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부정경쟁법 적용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이외의 기업들이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함으로써 미국 제조업체들이 잃은 수익이 2399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한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윌리엄 커 박사와 전미제조업협회의 연구 등은 위와 같은 추세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각 주의 부정경쟁법 집행 추세를 연방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2012년 외국의 부정경쟁행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부처간무역집행처(Interagency Trade Enforcement Center)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내에 설치했다. 우리 수출업계는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무심코 넘겨서는 안 된다. 미국이 제조업 육성을 위해 불법 소프트웨어를 문제삼고 나서면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제조업체들 역시 그 파장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연합(BSA)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불법소프트웨어 사용률은 40%에 달한다. 이는 중국이나 인도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의 대미 수출 기업은 1만 9125개로 전체 민간기업의 약 22%이다. 이들 기업 중 40%가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위험군’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부품업체에서 불법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제조한 경우, 그 부품을 공급받아 수출 완제품을 생산한 상위 업체도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국내 하청업체나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이 만연한 중국 제조사가 제조한 부품을 공급받아 제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기업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대미 수출을 하는 국내 기업들은 당장 내부의 소프트웨어 사용 현황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들의 현황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눈앞의 작은 비용을 아끼려는 미숙한 판단에 따라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가는 그 동안 힘써 지켜온 미국 시장을 통째로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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