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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우커 400만 시대…호텔, 마케팅 문법을 바꾸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최근 리츠칼튼 서울의 라두 체르니아(Radu Cernia) 총지배인은 중국 상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국제 호화 여행 박람회(ILTM)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지만, 정작 목표는 중국 네트워크 강화에 있었다. 총지배인이 직접 나선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리츠칼튼 서울 관계자는 “세일즈 지배인이 1년에 3~4번씩 중국 북경과 상해로 출장을 가지만 총지배인이 직접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며 “본인이 직접 총대를 매겠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요우커 400만 시대. 요우커가 기존 호텔의 마케팅 문법마저 바꾸고 있다. 중국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단순히 중국어가 가능한 전담직원을 두는 등 대(對) 중국 마케팅은 기본이다. 여행과 비즈니스 공간에 국한됐던 호텔이 아예 병원으로 탈바꿈하는 가하면, 최근엔 중국인들만을 위해 호텔 식당 메뉴에 환자식이 개발되는 등 요우커의 마술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심지어 의료에서 한 발 더 나가 중국의 결혼시장까지 넘보는 등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겨냥한 움직임마저 포착되고 있다.

강남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호텔에 묵는 중국인들은 VVIP”라며 “‘촌스러운’ 빨간색 웰컴카드 보다는 한 단계 더 높은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인이 한국에서 물쓰듯 돈을 쓴다고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며 “너저분한 호텔에 머물면서 에르메스를 배달시키는 것이 중국인이다. 중국인의 취향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요우커 400만 시대는 말만 요란한 빈수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유통업체 고위 관계자도 “중국이 급변하는 것보다 더 빨리 요우커의 취향도 바뀌고 있다”며 “국내 많은 기업들이 중국의 실체를 몰라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 처럼 요우커 역시 그 실체를 모르면 백전백패”라고 조언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요우커 400만 시대에 가장 최일선에 있는 호텔업계는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을 정도로 요우커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이하 인터컨티넨탈 서울)는 오는 11월 호텔 업계에선 처음으로 중국 고객만을 위한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패키지를 판매한다. 중국 VIP를 정면 겨냥해 만든 이 패키지는 중국어가 능통한 직원이 동행, 쇼핑 뿐만 아니라 구매한 물건을 호텔까지 배달해주는 ‘웨딩 원스톱 서비스’가 제공된다.

최근 중국에서 일고 있는 이른바 ‘웨딩 한류’를 패키지 상품으로 구체화, 연 200억달러에 육박하는 중국 내 웨딩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리츠칼튼 서울, 중국어 지도 서비스

중국인을 겨냥해 마케팅 문법을 바꾼 것은 또 있다. 명동에 위치한 세종호텔은 아예 의료관광객만을 위해 ‘환자식’을 개발했다. 치료 혹은 성형을 위해 투숙하는 고객을 위해 죽, 스프, 샌드위치 등 건강식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고객 대부분이 중국 관광객이다.

객실에는 의료관광객을 위한 손거울, 진정 마스크팩 등 어메니티(amenityㆍ편의시설 및 용품)도 비치했다. 흔히 병원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호텔로 옮겨오면서, 객실을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닌 의료관광객의 사후관리에 꼭 맞는 맞춤형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서울 내 대표적인 ‘메디텔(의료기관과 연관된 숙박시설)’로 알려져 있는 리츠칼튼은 A2층에 위치한 메이클리닉, 페보니아 스파 이용 고객들의 접근성을 위해 진입로 공사도 진행했다. 클리닉에는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항상 대기 중이다. 호텔 관계자는 “의료관광객은 대게 2주이상 장기투숙객이 많다. 중국 고객은 한 번에 올 때 많게는 약 2000만원까지 이용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요우커는 호텔에서 먹고 마시는 식음료 부문도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6월말 롯데호텔서울 야외 노천 카페 ‘쿨팝스 프라자’에서는 드라마 ‘별그대’의 중국 흥행에 맞춰 중국인 투숙객을 대상으로 치맥세트를 제공했다.

인터컨티넨탈 서울은 아예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프라이빗 다이닝 888메뉴’를 마련했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인 8을 강조해 재료의 가짓수, 조리시간, 가격 등을 ‘8’로 맞췄다. 호텔 관계자는 “지난 5월 중국 모객TFT가 발족돼 중국인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파악, 세부적인 전략이 완성됐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코엑스 단지에 있는 카지노와 면세점 등의 공동 프로모션을 통해 중국 관광객 유치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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