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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세상읽기> 민선 6기와 목민심서
‘수재와 화재에 대해서는 나라에 휼전(恤典:정부에서 이재민 등을 구하기 위해 제공하는 특전)이 있으니 오직 정성스럽게 행해야 한다. 일정한 규정이 없는 것은 목민관이 스스로 판단하여 구제해야 한다. 무릇 재해와 액운이 있으면 불에 타는 것을 구하고, 물에 빠진 것을 건져 내야 하는데, 마치 내가 불에 타고 물에 빠진 듯 서둘러야지 늦추어서는 안 된다. 환란이 있을 것을 생각하고 예방하는 것은 이미 재앙을 당하여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낫다. 둑을 쌓고 방죽을 만들면 수재도 막고 수리도 일으키니 이는 두 가지 이익을 얻는 방법이다. 재해가 사라지고 나면 어루만져 주고 편안히 모여 살게 해야 한다. 이 또한 목민관의 어진 정사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 애민육장’에 나오는 구재(救災)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놀랍습니다. 세월호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내리는 살아있는 훈계가 따로 없습니다. 게다가 원칙과 질서, 매뉴얼 등 우리가 하나 둘 씩 버리고 온 것들을 몽땅 담고 있질 않습니까. 다산의 이런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본받고 실천했더라면 세월호 참사는 우리 앞에 없었을 겁니다. 있어도 단언 컨데 허둥지둥하고 늑장부리다 모두 잃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또 그로인해 국사를 책임진 공직자들이 공공의 적으로 내 몰리는 참담한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법도 합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

때마침, 민선 6기 지자체가 공식출범했습니다. 들리는 바로는, 새 목민관들의 첫 행보가 샘물처럼 신선합니다.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는 아예 취임식을 생략했다고 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수도 서울을 ‘사람특별시’로 선언했습니다. 이들 외에도 많은 새 시장과 새 군수들이 앞 다퉈 없애거나 하더라도 최대한 간소하게 치렀다는 소식입니다. 누구 먼저랄 것도 없이 약속이라도 한 듯 말입니다.

대신 이들은 전통시장으로 가 애로사항을 청취했고, 산업현장을 찾아 안전을 점검했다고 합니다. 더러는 들로 바다로 생계현장을 찾아 땀에 젖은 농심을 어루만지고 달래기도 했다는 겁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정치권에는 좀 안 된 말이지만 참 희한합니다. 이런 풍경은 선거 때나 볼 수 있던 것들 아닙니까.

그러고 보니, 우리가 지방자치단체장을 투표로 뽑은 지도 어언 20년이 됐습니다. 강산이 두 번 바뀌었으니 거북이라도 나름 관록이 쌓일 때도 되긴 됐습니다. 

다산의 목민심서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월호 사고가 남긴 교훈일겁니다. 혹독한 대가를 치른 뒤 얻어 낸 변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 비로소 인명과 민심의 가치를 귀히 여기게 됐습니다. 참상의 가치입니다.

모름지기 선량(選良)이란 뛰어난 인물을 뽑거나 그렇게 뽑힌 인물을 뜻합니다. 이들의 행보가 그저 보여주기 위한 일과성, 그러니까 ‘학기초 현상’이 아니길 바랍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초심입니다. 다산도 이 점을 중시했습니다. 초심을 버리면 그 길로 망조가 듭니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틀어 예외가 없을 겁니다. 초심만 잘 간수 하고 여하히 지켜 내도 팔자 펴집니다. 지금 막 출발한 목민관들은 개인의 정치적 성공은 물론이고, 지방의 발전도, 국운의 상승도 앞장서 이끌 수 있습니다. 자부심을 갖고 힘차게 뛰길 바랍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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