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美, BNP파리바 벌금 놓고 佛 협박”…푸틴 발언, 외교전 비화 조짐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이란 등 미국의 경제제재국과 거래를 한 혐의로 역대 최고액인 9조원대 벌금을 물게 된 프랑스 최대은행 BNP파리바 문제가 미국ㆍ러시아ㆍ프랑스 간 외교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미국이 프랑스에 러시아와 체결한 ‘미스트랄’ 상륙함 공급 계약을 파기하도록 협박하고, 그 대가로 BNP파리바의 벌금액을 낮춰주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지난 2011년 헬기 16대를 탑재할 수 있는 미스트랄급 상륙함 두 척을 12억유로(약 1조6607억원)에 판매하는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블라디보스토크’함은 인도 절차만 남겨두고 있으며, ‘세바스토폴’함은 2016년 인도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외교관들과 만난 자리에서 “프랑스가 러시아에 미스트랄함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프랑스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걸 우리(러시아)는 알고있다”면서 “미스트랄함을 넘겨주지 않으면, 은행에 부과한 제재를 풀어주거나 최소 수준으로 줄여줄 것이란 의향을 내비친 것도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협박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미국이 지금 프랑스 은행들에 하는 행위는 유럽뿐 아니라 러시아의 분노만 촉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미스트랄급 상륙함 [자료=위키피디아]

그러나 그는 은행들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다만 이 자리가 BNP파리바의 벌금 합의 소식이 나온 직후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BNP파리바를 가리킬 확률이 높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앞서 BNP파리바는 미국 경제제재를 어기고 2004~2012년 이란, 수단, 쿠바 등과 불법 금융거래를 한 혐의를 인정하고 89억7000만달러(약 9조687억원)의 벌금을 물기로 지난달 30일 미국 당국과 합의했다.

이는 경제제재 위반으로 부과된 벌금으론 최대 규모다. 당초 미국 당국은 160억달러에 달하는 벌금 부과 방안을 검토했으나, 프랑스 정부가 강력 반발한 바 있다.

러시아 정치분석가 드미트리 오레슈킨은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에 “증거가 없다”면서도 “프랑스 정부가 지금 당장 미국에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BNP파리바 사태로 서로 감정이 상한 미국과 프랑스 간 불신을 조장하고 양국의 갈등을 교묘하게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러시아는 프랑스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손을 내밀고 있다.

1일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선원 400명이 이날 프랑스 생나제르 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미스트랄함 사용법을 훈련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양국은 러시아 국영 조선사 OAO 유나이티드 쉽빌딩사를 통해 전함 두 척을 러시아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모스크바 소재 러시아정치문제연구소(CPSR)의 바딤 코쥴린 선임연구원은 “프랑스에게 미스트랄 계약의 가치는 단지 10억유로뿐인 금액 이상”이라면서 “러시아와 프랑스는 광학ㆍ전자 기술과 공중항법 등 군사 부문에서 광범위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