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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대전 패전국 이탈리아는?…日 아베에 교훈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일본과 함께 2차 대전 패전국인 이탈리아는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한 일본의 앞날에 상당한 교훈을 주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헌법 11조에서 ‘전쟁포기’를 규정했지만 유연한 헌법해석으로 다른 나라에 파병을 반복해왔다.

2일 아사히신문은 “이탈리아가 평화주의 이념을 변질시키면서 해외 파병으로 모국을 떠난 병사들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는 2차 대전후 1948년 이탈리아 공화국 헌법 제11조에서 전쟁포기를 결정했다. 다만, 일본과는 달리 조항 말미에 국제연합(유엔) 가입과 국제사회로의 복귀를 염두에 둔 표현을 삽입했다.

이탈리아 헌법 11조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다른 국민의 자유에 대한 공격수단 및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의 전쟁을 포기한다. 국가 간의 평화와 정의를 지키는 체제에 필요하다면 다른 나라와 동등한 조건으로 주권 제한에 동의한다. 이 목적을 가진 국제조직을 촉진하고 지원한다”라고 쓰여있다.

역대 이탈리아 정권은 마지막 두문장을 ‘국제평화 증진’으로 유연하게 해석해 인도적 개입과 복구 지원 등을 이유로 자국군을 해외에 파병시켰다.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1999년 구유고 공습 때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ㆍNATO)는 유엔이사회 결의도 없이 공습을 단행했고, 이탈리아는 유럽 최대 출격 기지로 돌변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망한 이탈리아 병사의 부모 [출처=아사히신문]

당시 이탈리아 의회는 NATO군 참여에 ‘후방 지원에 한정한다’고 결의했지만, 미군을 호위했던 이탈리아 전투기는 구유고 군사기지를 폭격했다. 미일동맹을 강화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전시 상황에서 얼마든지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당시 정부는 “이웃국가에 주둔한 이탈리아 군부대와 인도적 구호단체를 보호할 책임이 있었다”고 변명했지만 국민의 비난을 잠재우지 못했다.

해외 파병은 병사들은 물론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이탈리아는 1995년부터 구유고 지역에 6만여명의 병력과 1만5000명의 민간요원들을 파견했다.

나토의 유고 공습 당시 발칸지역에서 근무했던 이탈리아 병사 6명은 모국으로 돌아온 뒤 열화우라늄탄에 오염돼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또 30여명의 병사들이 열화우라늄탄에 오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는 이후 2002~2003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도 파병했다. 이탈리아 군에 따르면 올해 5월말 현재 유엔평화유지활동 (PKO)을 포함해 25개국에 총 5738 명을 파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다 파병지는 아프간가니스탄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인 2995명이 주둔한다. 아프간에서는 지금까지 종군기자 1 명을 포함해 54명이 사망하고 651명이 부상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아프간 파병에 대해 ‘평화적 복구 지원’이라고 했지만 아프간에서 오빠를 잃은 동생은 “해외에서 군인이 죽어도 아무도 화제로 삼지 않는다”며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유가족이 늘어날 뿐”이라고 말했다.

타지에서 숨진 장병의 아버지는 “먼 사막까지 젊은 청년을 보내는 것이 정말 나라를 지키는 일이 될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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