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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언론 “입헌주의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일”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입헌주의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일(아사히)”, “자존자위 외치며 망한 전쟁 비극 잊었나(마이니치)”

일본의 아베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지난 1일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선포하자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보 성향인 아사히신문은 2일 사설에서 “아베 내각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7월 1일은 일본 입헌주의 역사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일로 남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신문은 ‘강병(强兵)으로의 길, 용서 안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국회에서 논의도, 국민의 의사를 재차 묻는 것도 없이 해외에서의 무력행사 길이 열렸다”고 개탄했다.

또 “기존에 쌓아올린 것을 무너뜨린 해석변경은 본래의 개헌론에 있어서도 굴욕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규칙의 개정은 규칙 존중을 전제로 한다”며 “헌법 개정은 헌법에 대한 존중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69년 전 일본이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패배한 것을 상기시키면서 “메이지(明治ㆍ19C중반) 이후 ‘부국강병(富國强兵)’ 노선 가운데 ‘강병’은 완전히 깨졌다”며 “그 대신에 국민이 요구한 것이 헌법 9조에 의한 평화주의”였다고 강조했다.

이후 “일본은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을 축으로 민생부문을 중심으로 세계에 공헌하는 길을 택해왔다”며 “이 노선은 국민의 넓은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자체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다수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반대했지만 해석개헌이 실현된 것은 ‘정부ㆍ여당의 역학의 결과’라고 꼬집었다.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총리의 퇴행적 민족주의와 ‘보통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대외정책에서 자위대의 활동범위를 넓히려는 외무ㆍ국방 관료들의 ‘국제주의’가 결합한 결과라는 것이다.

신문은 “민족주의와 군사력의 결합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면서 “현명한 외교가 없으면 어떤 군비(軍備)로도 나라를 지킬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1차 세계대전 100주년을 맞아 유럽과 미국이 민족주의와 군비의존의 위험성을 반성하고 있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역행하는 일본을 우려했다. 신문은 “내년이 종전 70주년을 맞는다”며 “그 시점에서 일본의 선택한 길이 ‘강병’으로의 복귀는 좋을 리 없다”고 못박았다.

중도를 표방하는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우경화 폭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국민의 역할을 강조했다.

마이니치는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킬 당시 개전 조서에서도 ‘자존 자위를 위한’ 것으로 명기됐었다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 조건에 ‘명백한 위험’과 ‘우리나라 존립’이라는 단어가 2번 나오 것”과 닮은꼴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국가존립이 자유자재로 해석돼 그 명목으로 타국의 전쟁 참여를 정당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동맹과의 약속 때문에 참전해 ‘자존자위’ 외치며 멸망한 다이쇼(大正ㆍ1차대전)와 쇼와(昭和ㆍ2차대전) 때의 전쟁의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집단자위권은 “일본이 ‘보통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특별한 관계의 국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절하했다. 미국의 안전과 일본의 안전을 불가분의 관계로 보고, 미국의 요청에 응해 ‘국가존립’을 완수하는 길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신문은 미국과 ‘특별한 관계’로 불리는 영국의 이라크 참전을 거론하면서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정치 지도자의 책임 추궁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치권의 한계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신문은 “이라크 전쟁을 지지한 것에 대한 반성과 총괄도 없이 미국에 ‘버림받지 않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일본의 정치에 미국이 잘못 행하는 전쟁에 선을 긋고 자제를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문민통제는 군의 폭주를 막기 위해 정치와 행정의 우위를 정한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원칙이지만, 정치도 종종 폭주한다”며 “그것을 억제하고 자제를 실현해 온 것이 헌법 9조의 결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결박이 사라진 문민통제는 단순한 정치인과 관료에 의한 통제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신문은 “각의 결정으로 행사를 용인한 것은 국민의 권리로서의 집단적 자위권이지 정치인과 관료의 권리가 아니다”며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민주주의가 시험받는 것은 지금부터”라며 일본 국민의 역할을 촉구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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