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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성장률 1위 도시는 실버타운 ‘더 빌리지스’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미국 최대 경제도시 뉴욕을 운행하는 택시보다도 더 많은 수의 골프카트가 다니고, 범죄로 죽는 사람보다 골프카트에 치여 죽는 사람이 더 많은 곳.

이 곳은 맨해튼 크기의 ‘실버타운’ 부촌으로 유명한 플로리다 주 ‘더 빌리지스’(The Villages)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더 빌리지스는 미국 도시 중 제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퇴직자 주택지구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더 빌리지스의 인구는 현재 11만명으로 지난 2000년 이래 4배 폭증했다. 지난해에도 인구가 5.2% 늘어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런 증가세는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더빌리지스의 휴양시설에서 주민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자료=주마프레스ㆍ블룸버그]

더 빌리지스의 인구가 이처럼 빠르게 불어난 것은 최근 미국에서 고령화가 급속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돈을 많이 들여서라도 편안한 노후를 즐기려는 고령층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선 65세 이상 인구가 1970~2000년 사이 74%가 늘어난 실정이다. 이는 64세 이하 청ㆍ장년층 인구 증가율을 2배 이상 압도하는 속도다.

특히 이 중에서 구매력을 갖춘 부유한 노년층이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실버타운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이 실버타운을 처음 기획한 개발업체 더빌리지스 홀딩컴퍼니도 실버세대의 이 같은 추세와 노인 세대의 구매력에 주목하고, 노년층 주택단지를 건설키로 했다.

무엇보다 실버세대가 여유롭게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골프장을 넉넉히 짓고,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치안에 막대한 투자를 해 구매를 유도했다. “범죄로 사망한 사람들보다 골프카트에 치여 죽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또 주민의 손자, 손녀들이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는 지, 애완용 물고기는 얼마나 기를 수 있는 지 등 생활 규칙도 세세하게 정했다.

이처럼 수준 높은 실버타운을 지향하는 더빌리지스의 정책 덕분에, 최고 100만달러(약 10억1100만원)까지 올라가는 높은 집값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들어오려는 노년층이 줄잇고 있다. 입주 신청자는 주로 중산층 이상의 백인, 공화당 청치인들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밋 롬니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도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적 있다.

그 결과 억만장자 투자자 개리 모스가 이끄는 더빌리지스 홀딩컴퍼니는 1986년 이래 5만채를 넘는 신규 주택을 판매, 99억달러(약 10조109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이에 힘입어 모스 일가의 자산은 29억달러(약 2조9325억원)로 늘었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다. 20년 전 더 빌리지스로 이주해왔다는 주민 제리 컨클(77) 씨는 이곳을 두고 “성인을 위한 ‘디즈니월드’ 같다”면서 “정말 깨끗할 뿐 아니라 좀처럼 범죄도 일어나지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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