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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월드컵 16강 좌절 한국축구에 놓인 과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거실에서, 사무실에서, 강당에서, 거리에서 새벽을 밝히며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우리 선수들을 응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배수진을 친 우리 선수들이 경기 초반부터 파상 공세를 펼쳤지만 끝내 벨기에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특히 벨기에 선수의 퇴장으로 얻은 수적우위를 살리지 못한채 0대1로 패해 아쉬움은 더 컸다. 우리 선수들이 1승을 쟁취하기 위해 투혼을 불살랐지만 실력이 전제되지 않은 정신력은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 경기였다. 16강은 차치하고 호주, 일본, 이란에 이어 한국 마저 1승 달성에 실패함으로써 아시아 축구가 월드컵서 24년만에 무승의 기록을 남기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한국이 브라질월드컵서 거둔 1무2패의 성적은 앞서 참가한 세번의 월드컵 보다 초라하다. 2002 한일월드컵(4강 달성) 때는 2승1무, 2006 독일ㆍ2010 남아공 월드컵(16강 진입) 때는 1승1무1패의 기록을 남겼다. 세계축구의 변화에 한국축구만 뒤처진 결과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보듯이 세계축구의 전술은 더 세밀해졌고 역습은 더 빨라졌으며 수비 조직력은 한층 촘촘해졌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월드컵 32개 본선 진출국 사령탑 가운데 월드컵 출전 횟수가 가장 많은 감독이다. 선수로 4번, 코치로 1번 월드컵에 참가한 그에겐 이번이 6번째 무대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세계 축구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홍 감독 자신이 명수비수 출신 이면서 수비 조직력 붕괴로 16강 진입의 관건이었던 알제리전에서 대량 실점한 것은 정말 뼈아픈 대목이다.

하지만 한걸음 뒤로 물러나 냉정하게 한국축구의 저변을 바라보면 홍명보호(號)에만 책임을 전가할 일이 아니다. 올해 K리그 클래식 전반기 평균 관중은 7900명이 채 안 된다. 수원 삼성이 2만명을 넘었을 뿐 대부분 구단들이 3000~6000명 수준의 평균 관중을 기록했다. 한국은 클럽팀을 포함해 170개 팀에 불과하지만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4200개 가까이 된다. 우리나라 같이 월드컵 때만 흥분하는 ‘4년주기 축구팬’으로는 축구강국이 될 수 없다.

열악한 축구 인프라를 단번에 개선할 묘안은 없다. 그래도 ‘국력의 경연장’이 된 월드컵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게 국민적 요구다. 브라질월드컵의 성적표를 실패라 하지 말고 경험이라 하자. IT강국 코리아의 저력을 발휘해 세계축구의 첨단흐름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사령탑을 세워 새롭게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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