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간 대화의 진전이 뚜렷하다. 25일 3차 대화를 가졌고,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만나 협상을 진행하고, 필요시 만나는 주기를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에서 2인 이상만 참여하면 협상을 진행하기로도 했다.

하지만 보상에 대한 부분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아쉽다. 삼성전자는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린 직원과 그 가족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시급하다며 ‘보상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우선 당장 협상에 참여 중인 발병자와 가족 8명에 대한 보상을 논의하고 그외 관계자들로 (보상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대부분이 직업병 치료를 받느라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치료비는 물론 생계까지 막연해진 상황을 감안한 제안이다.

하지만 ‘반올림’ 측에서는 보상에 앞서 반도체 공장과 백혈병 발병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피해자 가족은 “(삼성전자 측으로부터) 성실한 답변은 아직 못 들은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반도체 사업장에서 관련 직업병과 인과 관계를 밝히고, 왜 질병이 생겨났는지 밝히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반도체업체 노동자에게 발견됐다고 주장되는 질병은 백혈병 뿐만이 아니라 림프종, 유방암, 뇌종양 등으로 다양하다. 반도체 공장과 이들 질병과의 인과관계는 어디까지나 ‘주장’일 뿐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인과 관계 입증도 중요하고, 재발방지 대책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가장 급한 것은 직업병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경제적으로까지 피해받지 않도록 하는 보상이 아닐까? ’반올림‘ 측은 “직업병 피해자들의 고통이 세월호 참사에 희생당한 피해 가족의 고통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말해왔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무엇이 선행돼야 할까. ‘반올림’의 선택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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