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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라이프] 풀 먹는 부자…우린 ‘슈퍼 베지테리언’
탈권위 · 건강 위한 자기관리 등 투자자들에게 긍정적 이미지 전달…모델 · 연예인 아내들 권유도 한몫
카지노의 제왕 스티브 윈
자신의 호텔·카지노 식당에 채식주의자 전용 메뉴 제공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
페북에 “고기 안먹겠다” 선언…반년도 못가 실패 결국 망신살



[특별취재팀] 비거니즘(Veganism).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점점 퍼져나가고 있는 표현이다. 비거니즘은 고기는 물론 생선, 우유, 달걀 등 동물성 식품을 일체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를 말한다. 이를 행하는 사람은 비건(Vegan)이라 칭한다. 일종의 강도 높은 ‘베지테리언(Vegetarianㆍ채식주의자)’이다.

뭐든 원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세계의 슈퍼리치들이지만 의외로 최근들어서는 비건과 베지테리언 같이 채식에 무게중심을 둔 거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건강과 브랜드 가치를 위해, 넓게는 미래의 사업과 전 지구를 위한 영민한 선택이다. 


▶라스베이거스 바꾼 채식주의자 ‘카지노 제왕’=스티브 윈(Steve Wynn)은 미국을 대표하는 ‘비건’이다. 그는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에 각각 위치한 윈 리조트(Wynn Resorts)의 창립자이자 라스베이거스의 오늘을 만든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당연히 모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주목 받는 것은 그의 개인 식생활 때문만은 아니다. 윈의 채식주의는 주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몇해전 자신이 소유한 모든 식당에서 채식주의자 전용 메뉴를 제공하도록 했다. 호텔도 카지노도 베지터리안이나 비건들이 먹을 수 있는 전용 메뉴를 대거 갖추게 한 것이다. 육식주의자들의 파티장인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조차 채식주의자 메뉴가 만들어졌다. 직원들 역시 채식주의자로 ‘길들였다’. 직원식당에선 호박 라자냐, 야채와 두부를 곁들인 현미밥 같은 메뉴들이 제공되었다.

아예 본인이 비건 전도사를 자청하고 직원들에게 채식과 관련된 책과 DVD를 손수 나눠주고 강연도 열었다. 그가 이렇게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윈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채식을 통해 임직원들이 건강해진다. 그들이 건강해진다면, 병가를 줄일 수 있고 일터에서의 생산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윈의 이런 선택은 당연히 외부로 알려졌고 효과로 이어졌다. 건강을 생각하는 부자 고객들이 윈의 리조트를 찾는 비중이 크게 늘었고, 이러한 채식 바람은 라스베이거스의 다른 리조트들에게도 퍼졌다.

미국 재계에는 윈과 같은 베지터리언 슈퍼리치들이 상당히 많다. 부동산계의 큰손으로 보스턴 프로퍼티스(Boston Properties)를 설립한 모티머 주커먼(Mort Zuckerman) 회장, 포드 자동차의 회장 빌 포드(Bill Ford),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의 CEO 존 매케이(John Mackey), 돌푸드(Dole Foods)의 데이비드 머독(David Murdock) 등이 베지테리어니즘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부자들이다.

▶채식이 미래 사업으로, ‘채식주의 코스프레’에 낭패도=슈퍼리치들의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은 사업에도 영향을 준다. 사내 시스템이나 주력 판매 상품이 달라지거나, 관련된 사업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 1위 부자 빌게이츠다. 게이츠 자신은 완전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인류적 차원에서 채식위주의 식사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자신의 블로그 ‘The Gates Notes’나 각종 강연을 통해 공장식 육류 생산 시스템이 야기하는 환경적ㆍ윤리적 문제를 알리며, 그 해결책은 ‘비건 푸드’에 있다고 말한다. 고기의 맛과 질감을 선사하지만 주재료는 채소인 ‘가짜 육류’다.

게이츠는 현재 육류 대안식품을 개발하는 회사들에 막대한 투자하고 있다. 계란 없이 마요네즈나 샐러드 드레싱을 생산하는 ‘Hampton Creek Foods’와 닭고기 대용품 생산업체인 ‘Beyond Meat’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움직임은 게이츠에만 그치지 않는다. 홍콩의 대표부호인 리카싱(Li Ka- shing), 야후의 공동창업자 제리 양(Jerry Yang), 트위터의 공동창업자인 비즈 스톤(Biz Stone)과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 같은 거부들도 대체 육식에 대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 그만큼 사업적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다.

물론 베지테리언이 되는 것은 그저 쉬운 일은 아니다. 만만히 보고 도전했다가 실패한 뒤 다른 베지테리언 들의 뭇매를 맞은 경우도 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그랬다. 2011년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직접 두 손으로 동물들을 죽이지 않는 이상,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선언을 남겼다. 시중에서 도살ㆍ가공ㆍ유통 되는 육류를 먹지 않겠다는 의미로 우회적으로 베지테리언 생활을 하겠다는 의미다. 한창 혈기 왕성할 젊은 부자의 선언은 베지테리언 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그해 5월 결국 그는 페이스북에 놀라운 소식을 하나 올린다. “(자신이 직접) 방금 돼지와 염소를 죽였다”는 글이었다. 실제로 동물을 도축해서 먹었다는 의미다. 베지테리언 단체에서는 당연히 저커버그가 채식주의의 정의를 모르는 것이 아니냐고 비난했다. 저커버그는 이 사건으로 ‘기이한 억만장자의 행동’ 순위에서 상위권에 머물게 되었다. 


▶ ‘풀 먹는 부자’…이유있다!=전문가들은 베지테리언을 자처하는 슈퍼리치가 늘어나는데는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는 당연히 건강이다. 단순히 건강하게 장수하면서 부를 오래 누리자는 차원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좋은 ‘저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자기 자신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탈권위, 오픈 플랫폼, 집단지성 등으로 대변되는 21세기의 분위기도 한 몫한다. 채식이나 유기농식 권장을 통해 슈퍼리치들이 ‘자신은 자연과 인류의 공존을 생각하는, 권위적이지도 탐욕스럽지도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슈퍼리치이기 때문에 진짜 채식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육류를 섭취함으로써 얻는 정서적 만족감이나 쾌감, 영양 균형을 채식만으로 얻기 위해서는 실제로 아주 다양한 채식 재료들을 섭취해야 한다. 또 조리에도 단순히 고기를 굽는 것보다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 때문에 다양한 재료 확보와 조리를 위해서는 능력있는 영양사와 요리사가 필요한데 일반인들에겐 이것이 상당한 경제적 부담일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슈퍼리치들에겐 큰 부담이 아니다.

‘가정사’도 슈퍼리치를 베지테리언으로 만드는 이유로 꼽힌다. 거부들은 공공연하게 모델이나 연예인 같은 젊고 매력적인 여성과 결혼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아내들이 슈퍼리치에게 채식을 권한다는 설명이다. 건강과 몸매에 신경을 많이 쓰는 자신처럼 남편도 더 젊고 더 섹시한 인물로 비춰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 비아콤(Viacom)의 전 CEO 탐 프레스톤(Tom Freston)이 플렉시테리안(아주 가끔 육식을 하는 준 채식주의자)된 것은 그와 20년 이상의 연배차이가 나는 전 와이프 캐시 프레스톤(Kathy Freston)의 영향이 컸다. 열성적인 비건인 그녀는 채식주의에 대한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던 경력이 있다.

swan@heraldcorp.com

취재=양영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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