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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뒷북 ‘관심병사’ 대책…무기력한 군 만들까 걱정
강원도 고성의 22사단 GOP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및 무장탈영 사고 역시 세월호 참사처럼 소홀한 안전의식과 부실한 인력관리에서 비롯됐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원래 초소장은 장비 분실과 소대원 관리 소홀을 이유로 사고 2개월여 전에 보직 해임돼 이제까지 다른 부대 간부가 직무를 대신하고 있었다. 집단 따돌림이 이번 참극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정작 관심사병에 대한 관리는 없느니만 못했다.

우리는 관심병사 지정 자체가 오히려 집단 따돌림의 빌미가 되고 있음에 특별히 주목한다. 병영생활 적응이 어려운 병사들을 제대로 보살피기는커녕 ‘왕따’를 더 부추기는 게 현실이다. 자살 우려자 등을 모아 별도 심리치료를 진행하는 ‘그린캠프’에서도 힐링 대신 더한 가혹 행위가 있었음이 최근 군 자살자에 대한 법원판결에서 잇달아 확인됐다. 현역복무 적합여부 심의가 시급한 때 오히려 철창에 둘러싸여 24시간 감시당하는 젊은이들이 온전히 정상으로 돌아오길 기대하는 자체가 무리다.

관심병사들은 군 내 작전에서도 철저히 소외되었다. 가해자 임 병장을 수색하는데 일부 관심사병들까지 동원되었으나 이들에게는 실탄이 주어지지 않았다. 빈 총으로 무장 병사를 찾아 잡아오라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교전이 벌어지면 영락없이 방패막이가 될 수밖에 없는 신세였다. 일반 GOP 초소 근무 때도 실탄 없이 보초 서기가 다반사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 군에 걸쳐 관심 병사가 최대 10%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들이 정상의 상태로 사회에 건강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호와 배려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군에 있다. 필요하다면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사후약방문 격이지만 국방부가 다음 달 말까지 전군 특별정밀진단을 실시해 관심병사를 재판단하고 후속대책을 마련하겠다니 다행이다. 차제에 관심병사라는 용어 자체도 보다 순화된 용어로 바꿔 볼 것을 권한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 구타가 ‘얼차려’로 순화되고 ‘구타직전보고서’ 제도가 도입돼 병영 내 물리력 행사가 크게 억제됐다. 군 문화 쇄신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후 대형 총기사고와 탈영이 많아졌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군은 구성원의 정서적 안정 못지않게 위계질서가 기본인 특수사회다. 너무 군이 감성적 집단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일이다. 때문에 후속 대책은 ‘보호’와 ‘치유’ 못지않게 강한 정신력을 함양할 방안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우리 군이 더이상 나약하고 무기력해져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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