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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리 가려다 더 늦어버린 産銀…동부그룹 구조조정 ‘지연’ 책임공방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포스코가 동부패키지(동부인천스틸 동부발전당진) 인수를 포기하면서 ‘패키지 매각’을 강행했던 산업은행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기업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무리한 추진이었다는 평가다. 포스코에게는 부담을 줬고 동부그룹에게는 매물 가치를 떨어뜨린 결과를 안겼다. 산업은행은 이에 대해 “매수 의향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패키지 매각이 무산된 것에 대한 책임 및 유감 표명은 없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은 당초 개별매각이 예정됐다. 투자업계(IB)를 중심으로 해외 업체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산업은행은 지난 2월 개별매각에서 패키지 매각으로 전략을 수정해 동부그룹에 통보했다. ‘신속한 구조조정’이 명분이었다. 동부그룹은 반발했다. 패키지 매각으로 진행될 경우 각 매물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지난 3월 포스코에 패키지 인수를 제안했다. 포스코는 제안을 일단 수용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권오준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을 우선과제로 강조했는데 취임 직 후 대형 인수ㆍ합병(M&A)을 진행하는 데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이를 간파한 산업은행은 재무적 투자자를 모집해 70~80%의 자금 부담을 채우겠다며 파격적인 제안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재무 부담을 떨치지 못한 포스코는 3개월 간의 고민 끝에 인수를 포기했다. 결국 다시 원점인 셈이다.

재계에서는 패키지 매각 무산으로 동부 매물 가치가 저평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가 인수를 고민하던 지난 3개월 간 동부인천스틸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매매가가 시장을 떠돌았다. 동부인천스틸은 연간 매출 1조원, 영업이익 700억원 규모로 장부가액만 6700억원 수준이다. 매물로 나온 초기만 해도 가치가 1조원에 달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지난 3개월 간 5000~6000억원 이야기까지 나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3개월이나 들고 있다가 내려놓은 카드를 누가 선뜻 가져가겠나. 패키지 매각이 추진되면서 매물 가치만 떨어지는 안타까운 결과만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동부인천스틸에 일부 관심을 보이던 해외 업체들이 있었는데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단독으로 패키지 인수를 제안하면서 해당 업체들이 ‘들러리 설 필요 없다’며 의사를 접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은행 측은 패키지 매각 무산에 대해 “매수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직간접적으로 동부인천스틸 잠재 매수자와 접촉했으나 매수 의향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동부 측이 제한적 경쟁입찰을 요구한 것을 묵살한 것에 대해서는 “잠재매수자가 없는 상황에서 경쟁입찰 성립 가능성이 없었다”며 “경쟁입찰을 추진하더라도 장기간이 소요돼 동부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가 곤란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도 “매각 주관사에서 ‘왜 아무도 연락이 안오냐’며 의아해 할 정도였다. 우리가 패키지로 묶은 이유도 동부인천스틸에 관심있는 업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동부인천스틸 개별매각과 관련해 “채권단 및 동부그룹과 협의해 향후 추진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동부인천스틸의 매각 향방에 따라 산업은행과 동부그룹 간의 책임공방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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