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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관은 통과…통과…‘부적격자’도 임명하는 게 관행?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청문회에서 통과 못해도 대통령이 강행하면 장관으로 임명되는 거니까…”

박근혜정부 ‘2기 내각’ 입각 대상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예고되면서 7ㆍ30 재보선을 앞두고 여야 간 치열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전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정치권 일각에서는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할 것이라는 ‘청문회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탈세, 논문표절 등 위법행위가 드러나 ‘부적격’ 판정을 받아도 대통령이 강행하면 임명되는 게 국회 청문회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일찍이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을 ‘부상병 집합소’로 규정하고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송곳 검증 절차에 들어갔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여론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자진사퇴하면서 이 여세를 몰아 ‘문창극 우산’에 가려진 부적격자들을 검증하겠다는 모양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제자 논문 표절 의혹 및 제자 연구비 가로채기 의혹 등이 제기된 김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2+α’ 장관 낙마를 벼르고 있다.


하지만 과거 전례를 보면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등 업무능력 검증을 무력화시켜 국회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사태는 되풀이됐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0년 이후 10년 동안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안 258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결되거나, 대통령이 자진 철회해 임명이 안된 경우는 불과 18건이다. 고위공직자 후보자의 93%가 임명이 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에도 이 같은 상황은 반복됐다. 박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에 앞서 13개 부처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임명장을 받은 장관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다. 이 중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한 ‘적격’은 7명에 불과하다. 겨우 청문회에 턱걸이한 ‘미흡’은 2명, 야당이 반대한 ‘부적격’은 4명으로 무려 절반 가까이가 도덕성에 흠집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2008년에도 “김성호 국정원장이 삼성으로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청문회 자체가 열리지 못했지만 결국 김 국정원장 후보자는 임명장을 받았다. 같은 해 8월에는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결국 임명됐고, 2009년에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이귀남 법무부 장관, 임태희 노동부 장관, 백희영 여성부 장관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았다.

한편 정치권 안팎에서는 ‘부적격자’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국회의 인사청문회제도가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해 본래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국민들이 ‘고위공직자=비리백화점’이라고 인식하거나, ‘부적격’ 장관들이 향후 국회에서 야당과 적잖은 마찰을 빚는 건 국회에서의 인사청문회제도가 사실상 무용하기 때문인 것으로도 관측된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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