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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리빙-쇼핑] “로컬푸드의 가치? 農心을 직접 사는데 있죠”
아침에 딴 싱싱한 쌈채, 점심에 소비자 식탁에…강동도시농부 최재일 대표 ‘좋은 먹거리’ 를 말하다
‘먹는다’라는 행위는 꽤 원초적이다. 하지만 ‘무엇을 먹느냐’는 문제는 까다롭기 그지없다. 먹거리도 ‘유행’을 타는 시대. 너도나도 슈퍼푸드라 이름붙인 식품에 열광하고, 어디서 자란 먹거리가 가장 좋은 지에 대한 이야기를 어렵잖게 나눈다. 최근, 그 유행의 한가운데는 ‘로컬푸드’가 있다. 하루 이틀 차에 실려와 판매되는 먹거리가 아니다. 내 집과 가까운 곳에서, 내 이웃이, 같은 지역을 나누며 사는 농민의 손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거리’다. 

▶ 로컬푸드는 ‘農心’을 사는 일이다

친환경 로컬푸드 기업 ‘강동도시농부’는 강동구에서 쌈 채소류 농사를 짓는 최재일, 문홍기 씨 등 2명의 농부가 자신들이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을 직접 유통하고 판매하기 위해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이들이 서울땅에서 기르고 수확한 농산물은 당일 서울에서 소비된다. 최재일 대표(40)의 말을 빌리면 이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로컬푸드 사업의 핵심은 ‘오늘 수확한 것을 서울 시민들이 그날 점심때 식탁에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최 대표는 “시골도 아니고 서울이다. 그럼에도 오늘 수확한 농산물을 소비자가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일이다”고 설명했다.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서 명품백 못잖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무농약 쌈채소 ‘아침야채’는 이들의 생산물이다. 강동도시농부는 지난 3월부터 신세계백화점 본점, 강남점, SSG 청담점에 쌈채소를 판매하고 있다.

“우리가 사회적 기업인데, 대기업과 손잡으면 사회적기업가들은 좋지 않게 생각하기도 한다”. 최 대표의 말처럼, 처음 신세계와 거래를 트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사실은 “귀찮고 구속받기 싫었다”.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매일 물량을 맞추고 쉬는날 없이 일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가 메인 유통 채널로 그의 생산물을 팔기 시작한 이유는 단 하나다. “혼자 좋은 것을 갖고 있으면 뭐하나, 여러사람이 먹고 나눠야 하지 않나. 로컬푸드 공급확산이 확산이 (회사의) 미션이고 거기에 꼭 맞다고 생각했다”.

그날 수확한 쌈채소를 직접 차에 실어서 매장에 가져다 놓는다. 중간 유통과정은 없다. 최 대표는 “밴더(중간상인)를 거치면 하루나 이틀이 지나서 매장에 놓인다. 매일 아침 생산해 직접 가져다 놓는 것 안에는 진정한 로컬푸드의 가치가 무엇인지가 녹아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농산물 뿐만 아니라 그 속의 농심(農心)을 사는 것이 로컬푸드”라고 설명했다. 

최재일 대표와 그가 수확한 친환경 야채.

▶ 먹거리 양극화 해소가 목표다

강동도시농부는 지난 2012년 사회적기업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이다. 최 대표가 농사일을 시작한 지는 18년. 농사를 지어오면서 대형마트의 등장 등 유통업계의 변화무쌍함을 곁에서 지켜봤다. 쌈채소를 시작한 것은 8~9년 전인다. 그후 희망제작소 사회적기업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좋은 먹거리, 안전한 먹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강동도시농부를 만들었다.

현재 강동도시농부는 지역 관내 어린이집 서른 곳 정도에 친환경 식자재를 납품하고 있고, 유기농 식자재로 운영되는 밥상 나눔 공동체 ‘문턱없는밥집’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강동구 관내에 ‘어르신 사랑방’에 달에 두 번씩 로컬푸드를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연령 대의 많은 이들에게 로컬푸드의 공급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데는 ‘먹거리 양극화 해소’라는 이들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있는 사람은 안전한 비싼 유기농을 먹고, 없는 사람들은 수입 농산물이나 검증안된 먹거리에 오염돼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가격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환경 먹거리를 공급하자는 방향설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어르신들이 먹거리 안전지대와 멀다. 어르신들은 유기농이나 비싼 것 말고 시장에서 싼 것 사드시려고 하지 않나. 어르신들에게 특히 신경쓰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 ‘로컬푸드’는 그 말 안에 ‘한 방’이 있다

직접 길러서 직접 매장까지 가져다 놓으니 중간 마진이 없다. 그래서 이들이 공급하는 로컬푸드는 친환경 채소라는 프리미엄까지 더했지만 일반 대형마트와 비교해 30%가량 저렴하다.

하지만 최 대표는 로컬푸드를 가격적인 면에서 접근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최 대표는 “미국에서는 대형마트보다 파머스 마켓에서 농민이 직접 수확해 파는 것에 대한 수요가 높다. 직거래 장터지만 대형마트보다 비싸다. 그래도 소비자들이 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로컬푸드를) 가격적인 면에서 접근할 수도 있고 신선도에서 접근할 수도 있지만, 로컬푸드라는 이름이 지닌 한방이 있다. 그 가치적인 면을 접근해야 한다”며 “로컬푸드 전체로 보면 그 가치를 주고 소비자들이 신선한 것을 사먹겠다는 인식을 많이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먹거리와 관련된 일련의 다양한 움직임들은 곧 소비자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로컬푸드의 확산 역시 소비자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좋은 먹거리를) 먹어보고 그 가치를 알아서 스스로 진화해야한다”며 “판매처들은 소비자의 패턴에 맞춰간다. 소비자가 원할 때 로컬푸드는 더욱 확산 될 것으로 본다”고 당부했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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