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문 후보자 중도 사퇴로 더 깊어진 국정공백
역사인식 논란에 휩싸였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결국 사퇴를 표명했다. 그간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친일 문제 등 자신을 둘러싼 오해가 대부분 풀렸고, 애국지사 손자로 추정된다는 국가보훈처의 확인을 통해 명예회복이 어느정도 이뤄졌다고 판단해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사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더 이상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입장도 함께 피력했다. 국민 화합을 위해 총리직을 수락했지만 자신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된다면 총리직을 수행할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의 이같은 입장을 청문회장이 아닌 외부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것은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대목이다. 대통령이 총리 후보자를 내정했다면 국회는 청문회 법에 따라 마땅히 청문회를 열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여론을 빌미로 청문회장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한 것은 국회가 만든 법을 스스로 어긴 꼴이다. 당리 당략에 따라 예사로 법을 무시하는 정치권의 고질병은 국가 개조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고쳐야 한다.

문제는 문 후보자의 중도하차로 국정 공백이 더 길어지게 됐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퇴를 표명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후임 총리 인선은 더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이로 인해 새로 임명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7개 부처 장관에 대한 청문회는 아예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그 바람에 각 부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국장급 등의 후속 인사가 늦어지고 핵심 정책들이 속절없이 뒤로 밀리고 있다. 이러다 정책 추진 동력마저 완전히 상실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국정 공백이 길어지면서 굵직한 정책 현안들도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당장 이미 발표했어야 할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새 장관이 일을 시작하는 내달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자영업자 경쟁력 강화방안 등 경제활성화 대책들도 서랍속에서 잠자고 있다. 부처간 갈등 조정이 필요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등의 정책도 전혀 진도를 나가지 않는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간부회의 등을 통해 정책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하지만 새 경제 수장이 이미 임명된 상태에서 영(令)이 설 턱이 없다.

국정 공백을 하루라도 줄이려면 청와대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상황이 여기에 이른 첫 책임은 물론 박 대통령에게 있다. 새 총리 인선을 바짝 서두르고, 절차가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정치권도 국정공백 장기화 책임이 크다. 새로 지명되는 총리는 물론 신임 장관 청문회 일정도 속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