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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대 예금도 씨가 말랐다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3%대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의 씨가 마르고 있다. 3%대 상품의 비중이 0%대로 하락하면서 12년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어 3%대 상품이 아예 종적을 감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17개 시중은행(신한ㆍ국민ㆍ하나ㆍ우리 등)이 4월 현재 출시한 정기예금 중 ‘3% 이상 4% 미만’의 수신금리를 보이는 상품의 비중은 0.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1년 8월(0.4%) 이래로 가장 낮은 수준이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고금리 상품이 실종됐던 2008년 9월(1.5%)보다 더 내려갔다.

100개의 상품 중 1개도 안 되는 것이라서 사실상 3%대 이자 상품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4% 이상의 이자를 받는 예금은 증발한 지 오래다.

실제로 23일 현재 전국은행연합회에 고시된 17개 은행의 정기예금 총 154개 가운데 3%대 이자 상품은 단 한 개뿐이다. 온라인 특화에 따라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제주은행의 ‘사이버우대정기예금’이 유일하다. 하지만 36개월 만기 조건에 이율도 간신히 턱걸이한 수준(3.0%)이다.


반대로 1~2%대 정기예금의 비중은 99.1%를 기록 중이다. 한은이 예금은행의 금리수준별 수신 조사를 벌인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저금리 예금이 요즘처럼 만연한 적은 없었다.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수신금리가 땅을 뚫고 지하로 내려갈 태세다.

1~2%대 예금 비중은 2005년 한때 10%를 넘어선 적을 제외하고는 2008년까지 줄곧 한자릿수를 유지해왔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들어 50%를 잠깐 넘었다가 다시 10% 이하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다 2012년 후반부터 저수익에 못이긴 은행들이 앞다퉈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작년 3월 처음으로 1~2%대 비중이 70%를 넘어섰고, 이제는 100%에 근접한 상황이다.

초저금리 예금이 판을 치는 것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몰리면서 은행이 굳이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4월 현재 예금은행의 총수신 잔액(말잔)은 1022조원으로 1년 전보다 30조원 늘었다. 또 은행들이 저수익 속 예대마진을 높이기 위해서 수신금리 인상에 인색해졌다.

따라서 실질금리는 제로 수준이다. 4월 현재 예금은행의 평균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2.60%로 사상 최저다. 이는 1억원을 넣어두면 한 해 받는 이자가 260만원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이자소득세(14%)와 주민세(1.4%)를 빼면 사실상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220만원 정도다. 결국 실제 이율은 2.20%가 된다. 한은이 올해 전망한 물가상승분(2.1%)과 별 차이가 없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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