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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또 총기사고, 병력자원 부족이 한 원인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GOP에서 5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 당하는 끔찍한 사고가 또 일어났다. 지난 2011년 김포 해병대 사고처럼 이번에도 부대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관심사병이 문제였다. 사고를 낸 임 모 병장은 GOP 근무를 할 수 없는 A급 관심병사였으나 한 달 전 B급으로 조정돼 근무에 투입됐다고 한다. GOP는 철책을 지키는 최전방 초소여서 근무시 병사에게 소총과 실탄은 물론 수류탄이 지급된다. 자칫 긴장을 풀면 인명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 인성검사 등을 통해 일정 자격을 갖춘 병사들을 엄선해 투입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임 병장은 비록 B급이라고는 하나 근무를 시켜선 안될 사병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근무조에 편성시키는 것은 절대 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건이 발생한 22사단만 해도 A,B,C급 관심병사가 1800명이나 된다. 원래 관심사병은 근무 대상에서 배제돼 왔다. 하지만 이들을 모두 제외시키면 정상적인 경계 임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B급까지는 투입해 왔다는 것이다. 그나마 22사단은 최전방 부대여서 관심사병 수가 적은 편이라고 한다. 육군 전체 병력 가운데 관심병사가 9%에 달한다. 후방에는 그 수가 더 많다는 의미다. 병력 수요는 그대로인데 출산율 저하로 입대자는 줄어들고, 관심사병 수까지 늘어나니 위험을 무릅쓰고 무리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병력 자원이 수요에 비해 부족한 것은 정치권의 포퓰리즘 탓이 크다. 선거 때마다 젊은층의 표심을 겨냥해 군 근무 단축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던 것이다. 현재 사병 복무기간은 육군 기준 21개월이다. 1984년 이전까지만해도 33개월이었으나 이후 조금씩 줄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것만 해도 병력 수급을 맞추기가 빠듯하다는 게 일선 군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여기서 더 줄이면 용병을 들여와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병력 사정이 좋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8개월 단축 공약을 내놓은 데 이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같은 공약을 슬그머니 포함시켰다.

지금도 일부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지켜야 한다며 ‘18개월 단축’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고를 보고도 그런 주장을 계속할지 궁금하다. 지금 우리 병력자원은 단 한 사람이 아쉬울 정도로 수가 부족하다. 더 늘리지는 못할 망정 현재 수준도 유지하지 못한다면 국가 안보가 심대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적어도 GOP에 관심병사가 총과 실탄을 가지고 근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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