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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새출발 단원고 학생들에게 악플이라니
세월호 참사를 겪은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들의 편지 한 장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단원고 2학년 학생입니다’로 시작하는 이 편지는 최근까지 부모들과 심리치료를 받아온 학생들이 25일 학교로 정식 복귀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심경과 사회에 대한 호소를 담아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학생들은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직도 함께 빠져나오지 못한 친구들을 생각할 때 마다 먹고, 자고, 웃고 떠드는 모든 일들이 죄짓는 일 같다. 눈물을 쏟다가 배를 잡고 웃을 때가 있고 갑자기 우울해졌다가도 금방 웃기도 한다. 하지만 괜찮냐고, 힘내라고 말하지 말아 달라. 불쌍하고 안쓰럽다는 시선을 거둬 달라. 이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우리를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들로 봐 달라.’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세월호 사고는 잊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호소한다. 학생들은 1,3학년 선후배와 주변 상가, 버스 기사 등 주변 어른들에게도 편지를 배포했다고 한다.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그들의 두려움을 이해한다. 지금은 우리가 그 호소를 받아주어야 할 차례다. 언론의 자중(自重)이 특히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 때 인터넷언론을 포함한 수많은 매체들이 학생들의 인격을 무시하고 사망ㆍ실종자 가족을 두 번 울리는 오보(誤報)와 악보(惡報)를 얼마나 뱉어냈던가. 이젠 “얘들아 살아와 줘서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힘 내라”하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제발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 더 이상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가라고 마음으로 격려해 주자.

그러나 이 절박한 호소문에 따라붙는 댓글을 보면 한탄스럽다. “니네 유행 지났다. 이젠 임병장(탈영병)이 대세”, “뉴스에 얼굴 나오니 수퍼스타된 것 마냥 기분 좋지?”하는 상식 이하의 글이 빼곡하다. “단원고 땜에 수학여행도 못가고 이게 뭐야, 내일 OO 오빠들 공연인데 니들 땜에 취소됐어”하는 철부지 글도 여전하다. “내년에 수능 못봐도 그럴듯한 핑계거리 하나 생겨 좋겠수다”는 유아적 표현도 난무한다. 열 중의 두 셋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수준 이하의 악플로 범죄나 다름없다.

세월호는 어쩌면 영원히 치유되지 못할 상처로 남을 지 모른다. 우리 사회가 이를 보듬고 감싸주어야 한다. 나 몰라라 하다 세월호 참사가 나고 무장 탈영병이 생기는 것이다. 철없는 악플러들은 당장 악성 댓글을 멈춰라. 그리고 학생들이 세월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우리 모두 힘을 모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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