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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제치고, 두 사람 제치고, 슛∼골인!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 70~80년 대 까지만 해도 축구중계는 다큐를 보는 듯 했다. 정확한 발음, 청정한 목소리로 ‘아나운서의 전형’을 보여준 원종관ㆍ서기원 캐스터가 주로 마이크를 잡을 때 였다.

보도 기능에 충실하던 축구 중계의 흐름을 확 바꾼 게 송재익ㆍ신문선 콤비다. 신 해설자의 현학적 경기 분석에다 송 캐스터의 걸작 애드립이 축구의 또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한국 코너킥, 응집력이 없는 게 마치 안남미로 지은 밥 같아요.”(세트플레이가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자) “오늘 저 주심이 카드를 안 가져 왔나 봐요. 저는 저 주심의 주머니를 뒤져보고 싶네요.”(심판이 반칙 휘슬을 잘 불지않자) “홍명보가 없는 한국팀, 막대기 없는 대걸레예요.”(수비 조직력이 무너지자)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한ㆍ일전서 역전승하자).

송ㆍ신 콤비의 이같은 어록들은 축구 중계에 오락적 요소를 가미하는 전환점이 됐다. 비록 ‘오버 브러더스’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2000년 대 들어서는 차(차범근)ㆍ차(차두리) 부자가 송ㆍ신 콤비를 밀어내고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스타플레이어와 국가대표 감독 출신의 송곳해설에 빅리그를 경험한 현역 선수의 현장감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그리고 부자관계라는 묘미가 작동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족집게 예측의 ‘초롱 도사’ 이영표, ‘깨알 언어’ 구사가 돋보이는 안정환이 차ㆍ차 부자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꿈 보다 해몽’ 이라고 해설자의 활약이 축구의 맛을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예능화 경쟁은 경계할 일이다. 재미만 좇다보면 한국축구의 경쟁력을 높이기위한 ‘쓴 소리’가 묻힐 수 있어서다. 

문호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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