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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제리전 거리응원 스케치] 동트기 전 모여든 붉은악마…어이없는 참패에 ‘아!’ 탄식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두번째 경기가 있었던 23일. 전국 곳곳은 새벽 4시에 열리는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우천에도 불구하고 자정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길거리 응원이 펼쳐진 서울 광화문 일대에는 4만~5만여 명(소방서 추산)의 인파가 붉은색 티셔츠에 붉은 우비까지 입고 알제리와의 승리를 염원했지만 경기 초반부터 어처구니없이 연속실점하자 새벽께 상당수 시민들이 자리를 뜨기도 했다.

▶시민 수만 명 “새벽부터 나왔는데…”= 시민들은 하루 전인 22일부터 광화문 광장과 영동대로 등에서 거리 응원을 펼쳤지만 참담한 경기 결과가 나오자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22일 오후 7시 소나기 예보가 이어졌으나 오후 9시부터 응원 행사가 시작됐다. 빗방울이 떨어지긴 했지만 시민들은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시민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전반 26분과 28분, 2분 사이에 두 골을 실점하자 곳곳에서 욕설이 난무하며 믿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서울 영동대로 거리응원 현장에서는 38분 세번째 실점을하자 1/3 가량의 사람이 자리를 뜨기도 했다. 경찰 집계에 따르면 전반 시작할 당시 영동대로에는 3만3000여 명의 시민이 운집했으나 후반전에는 1만8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광화문 광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경기 결과가 좋지 않자 찌푸린 표정으로 귀가하는 행렬이 늘어났다. 전반에만 0-3으로 뒤지자 응원을 포기한 듯 인근 골목으로 흩어지는 시민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후반전 첫 득점 후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했으나, 패배가 확실시되자 귀가 행렬은 크게 늘었다. 대학생 박하신(21ㆍ여) 씨도 “계절학기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도 밤새 경기를 보려고 나왔는데 안타깝다”며 “대표팀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만 돌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기는 졌지만 인근 상점은 호재… 편의점 매출 10배 기대= 지난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로 끝나면서 이번 경기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은 유난히 높았다. 시민들은 추적추적 비가왔던 22일 저녁부터 우비를 입고 자리를 잡고 앉아 태극전사의 선전을 기원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노점상과 인근 편의점들은 콧노래를 불렀다. 영동대로에서 치킨을 판매하던 B 치킨 업체 사장은 “러시아전 때보다 분위기가 더 좋다”며 “새벽 2시에 비가 많이 내려서 장사를 할지 고민했는데 사람들이 몰려와 급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의 편의점 점장도 “러시아 전이 무승부로 끝나서 기대치가 높았고, 일요일다보니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며 “응원 덕분에 평소 동일시간에 비해 매출이 10배 정도 늘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패배감에…일부 시민 쓰레기 방치하고 가버려= 태극전사가 완패해 상당수 시민들이 일찍 자리를 뜨면서, 곳곳에 쓰레기 더미가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들이 홧김에 일어나면서 쓰레기 처리를 하지 못한 것. 하지만 끝까지 경기를 지켜본 시민들은 주최측이 나눠준 응원용 쓰레기 봉투에 직접 쓰레기를 담는 등 환경미화원과 함께 뒷정리에 동참했다. 경기를 본 시민 김하나(31ㆍ여) 씨는 “졌다고 쓰레기까지 버리고 가면 더 기분이 안좋을 것 같다”며 “선수들이 남은 경기는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지혜 민상식 박혜림 이수민 기자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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