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明)…사용편의성에 ‘국민화폐’ 등극=첫 발행 이후 5만원권의 수요는 확대일로의 길을 걸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발행 첫해인 2009년말 5만원권의 시중 발행잔액은 9조230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2010년 18조9962억원, 2011년 25조9603억원, 2012년 32조7665억원, 2013년 40조6812억원 등으로 매해 7조~8조원 늘었다.
올들어 지난 5월말 현재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은 44조4767억원이다. 이에 따라 시중에 풀린 화폐(기념주화 제외) 66조9130억원 가운데 5만원권의 발행잔액 비중은 66.5%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시중 유통화폐 잔액의 약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빠른 속도로 보급이 늘어 어느새 ‘국민화폐’로 등극했다.
5만원권의 사용으로 은행권의 제조 및 유통비용 절감, 국민 편의 제고 등의 취지가 잘 살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암(暗)…낮은 환수율에 지하경제 주범?=하지만 5만원권의 환수율(기간중 환수액/기간중 발행액×100)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애초 5만원권이 나올 때부터 음성 거래 등으로 지하경제를 더욱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5만원권의 환수율이 27.7%로 급락했다. 작년 같은 기간 환수율(52.3%)의 약 절반인 셈이다. 5만원권의 연간 환수율은 발행 첫해인 2009년 7.3%에서 2010년 41.4%, 2011년 59.7%, 2012년 61.7%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지난해 48.6%로 뚝 떨어졌다.
사과상자에는 1만원권으로 약 5억원, 007가방에는 1억원이 들어갔지만 5만원권을 사용하면 사과상자에는 25억원, 007가방에는 5억원이 들어갈 수 있다. 과거 1억원을 전달하려면 007가방 1개가 필요했지만 5만원권을 사용하면 양주 박스 1개로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액권 중심의 화폐 수요 증가는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한은은 지난 3월 발표한 연차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강화되고 저금리로 화폐 보유성향이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5만원권의 증가 원인을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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