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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센스 만점 교장선생님 덕분에…”…“초중고도 오늘은 ‘월드컵 수업’
“한국 경기후 등교하라” 지침…일부학교 강당서 단체 응원


서울의 A 중학교에 다니는 김모(15) 양은 한국과 러시아의 월드컵 첫 경기가 열린 18일 아침 일찍 같은 학급 친구들과 동네 인근 빵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김 양이 다니는 학교에서 이날 월드컵 경기가 끝난 후 9시30분까지 등교하라는 ‘특별한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양은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TV를 통해 친구들과 월드컵 응원전을 펼치고 경기가 끝난 뒤 학교로 향했다.

한국과 러시아의 월드컵 첫번째 경기가 무승부로 끝난 이날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도 잠시 수업을 멈추고 월드컵 응원 열기에 빠졌다. 이날 서울시 및 수도권 중고등학교에 따르면 상당수 학교들이 등교시간을 늦추거나 아예 학교에서 전교생이 모여 축구를 보는 등 월드컵 열기를 반영했다.

경기도 고양중학교는 이날 수업을 제쳐두고 9시50분까지 등교하라는 공지문을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축구를 본후 2교시부터 수업하겠다는 것. 강원도에서도 일부 학교에서 본래 8~9시였던 등교시간을 9시20분~40분으로 늦춰 집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올 수 있도록 조치했다.

때문에 실제로 이날 1만8000여명(경찰 추산)의 시민이 운집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오전 6시께 광화문 광장을 찾은 이화여고 학생들은 “길거리 응원 분위기가 궁금해 학교 가기 전 일찍 나와서 들렀다”며 “고등학생에게 월드컵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광화문 인근에서 삼각김밥 등을 구입하던 또 다른 고등학생 김민영(18ㆍ여) 양은 “시험이 얼마 안남았지만 이런 경험은 또 해보기 힘들어서 아침에는 경기를 보고 학교에 갈 생각”이라며 “오늘은 학교 선생님들도 축구를 본다는 생각에 들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학교는 아예 강당 등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함께 응원을 하기도 했다. 한 학교는 학생들을 오전 6시30분까지 등교하게 한 후 붉은색 티셔츠를 준비해 강당에서 함께 단체 응원을 펼쳤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학교가 단체 응원을 강요해 한자리에 모이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청소년 인권단체인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다수에게 즐거운 축제지만 충분한 논의없이 강제로 응원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일찍 등교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일부 학교들을 비난했다.

이날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서 학교 수업도 미루고 응원에 참석한 학생들은 다소 아쉬운 표정이었다. 일산에서 광화문까지 온 고등학생 최민지(17ㆍ여) 양은 “경기시간이 등교시간이랑 겹쳐서 고민했지만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광화문으로 나왔다”며 “선생님께 혼날 것도 각오하고 왔는데, 무승부로 끝나 아쉽다”고 했다.

서지혜·박준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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