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암은 국내에서만 매년 9천여명의 두경부암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전체 암의 4~5%를 차지하지만 갑상선암을 포함할 경우 모든 암 중에 가장 많이 발병하는 부위이다.
지난 5월말 대한두경부종양학회 창립 30주년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해외 연자로 한국을 찾은 크리스 홀싱어 박사 (스탠포드대학교 의과대학교 이비인후과 교수·사진 오른쪽)와 정광윤 고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두경부암과 갑상선암에 대해 최신 지견을 나눴다.
홀싱어 박사는 두경부 수술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갑상선, 부갑상선, 두경부에 관한 악성 질병 및 종양을 주로 연구하며 내시경과 로봇을 이용한 두경부 수술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정광윤 교수는 두경부종양, 음성장애, 편도질환 분야의 국내 권위자로 현재 대한갑상선두경부외과학회 회장 및 대한두경부종양학회 홍보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홀] 두경부암은 전세계적으로 발병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암이다. 개인적인 관심과 함께 최근의 이슈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로 야기되는 ‘경구암’의 진단 자체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층에서 이런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점에 관심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 20여년 동안 케이스가 200%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는 대단히 충격적이다. 보통 경구암은 65세 이상의 음주와 흡연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50대의 젊은 층에서 흡연과 음주 이력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유두종 바이러스로 인한 종양 진단이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영화배우 마이클 더글라스이다. 보통 HPV 바이러스는 구강 성교로 인해 감염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놀랍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많이 발병하는 추세이다.
[정] HPV가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요즘은 구인두암 (편도암, 설기지부암)에서도 HPV로 인한 발병률이 높아진다. 구강 성교로 인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HPV 양성으로 나타나는 목 쪽의 암이 50% 정도인데 미국에서는 구인두암의 80~90%가 인유두종 바이러스 양성이다. 이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여성들만 백신을 맞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젊은 남녀 모두 백신을 맞는다. 최근에는 음주와 흡연의 위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이 부분은 감소하는 반면, 다른 요인으로는 증가추세이다.
[홀] 갑상선암의 경우 미국에서도 증가추세이지만 한국처럼 갑상선암이 전체 암중 1위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메디컬 미스테리 중 하나이다. 이때문에 한국에서 과잉진단이나 1cm 미만의 암은 수술을 필요가 없다고 하는 주장도 제기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에서 갑상선암이 이처럼 급격하게 증가하는 이유는 우선 초음파 진단기기가 작고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작은 종양까지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을 과잉진단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에서 1940년대에 환자 사망 후 부검을 실시하게 되었는데 이 때 우연하게 발견된 갑상선 ㆍ유두암 비율이 10 ~ 30% 정도였다.
[정] 최근 갑상선암은 청소년 등 소아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소아, 청소년에서 갑상선암이 10위 밖에 있었는데 이젠 5위 안이다. 진단기기의 발전때문이라는 요인도 있지만 1cm 이상 되는 큰 암도 비율적으로 적지만 증가하고 있다. 갑상선암 증가요인중 CT 검사 등 방사선 과다노출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증명은 안된 얘기이다. 최근에는 CT를 1~초 안에 다 찍어버리니, 예전에 30분이나 걸렸던 것과 차이는 있어서 말하기 어렵다. 또 최근 일각에서 혹이 만져질 때만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의료현장에서 만져질 때의 사이즈를 평균 2cm 이상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목이 두껍거나 짧은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크지 않으면 절대 만질 수 없다. 만져진 후 검사하는 것은 다른 곳으로 임파선 전이가 되거나 치료가 어려워지는 복잡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6~8mm의 의심스러운 결절이 발견되고 조직검사 결과 악성으로 수술이 필요할 경우 전절제, 반절제, 관찰 등 여러 가지 옵션이 있는데 이경우 환자가 이미 암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그냥 경과를 보겠다는 사람은 드물다. 환자의 심리상태를 감안해 결국 환자 스스로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최선이다.
[홀] 정확한 답은 없다. 진단이 나왔는데 수술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에 대해 의사가 6~12개월 정도 추적하며 관찰할지 말지는 환자 개인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어떤 환자는 실질적으로는 종양이 생존에 위협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암으로 진단 받았다는 사실에 크게 고통 받을 경우 수술을 권하는 것이고 이것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나 같은 경우는 환자에게 이러한 선택안이 있고 현재 상태가 이러하니 선택을 해보자고 말할 것이다.
[홀] 한국의 의료수준은 특히 목 부분의 내시경 및 로봇수술에서 굉장한 혁신을 이루었고 개인적으로 영감을 얻을 정도이다. 과거 미국에서는 젊은 여성의 갑상선암 수술의 경우 목 부위에 결절이 만져지게 되면 결절이 만져지는 곳을 따라서 절개를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발전된 수술법을 이용해 환자에게 남을 수 있는 상처를 최소화한다는 점이 감동적이었다. 그것은 환자뿐아니라 의료진의 입장에서도 유익하다. 정보통신 강국인 한국이 기술사회를 주도하기 때문에 로봇을 이용한 수술도 한국이 가진 앞선 기술적인 면모를 잘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 처음에 에이즈만 걸리면 다 죽는다고 했지만 이제 에이즈 때문에 죽는 사람은 없다. 암 DNA도 유전자염기서열분석 기법으로연구가 진행중이다. 그런 지식들이 쌓이면 1~2년 안은 아닐지라도 정보를 한 가닥으로 꿸 수만 있으면 암 정복이 실현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홀] 언젠가는 암을 정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암은 하나의 적이 아니다. 수천, 수만의 적들이 모여있는 것이 암이란 질병이기 때문에 전방위적으로 암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바로 그 현장에서 의사가 환자와 함께 싸워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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