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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마지막 남은 ‘모계사회’ 주목 왜?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21세기 지구촌 유일의 모계사회인 중국 소수민족 모쒀인(摩梭人)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최근 모쒀인 마을 르포 기사를 싣고 ‘모쒀인들의 서부개발 위기’를 보도했다.

모쒀인은 중국 쓰촨(四川)성 최대 호수 루구호(瀘沽湖) 인근에서 거주하는 중국 55개 소수 민족 중 하나다.

쓰촨성과 윈난(雲南)성 경계에 있는 해발 2680km에 있는 루구호를 중심으로 4만명이 집단 생활을 하고 있다. 

지구촌 최후 여인국 모쒀인 여성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루구 호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출처=아사히신문]

지구촌 최후의 ‘여인국’ 모쒀인의 생활은 이렇다.

여성이 가정에서 경제권과 모든 의사결정권을 가진다. 결혼을 해도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자식에게도 엄마 성(姓)을 물려준다. 남편이라는 단어는 이들 사전에 없다.

이들은 저우혼(走婚)이라는 독특한 혼인 풍습으로 세대를 이어간다. 여성들은 13살에 성인식을 치른 후 집안 2층에 위치한 화로우(花楼)라는 독실에서 산다. 이들은 신분과 재력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에 드는 남자들과 ‘주혼’을 맺는다.

주혼이 시작되는 시기는 주로 18~20세다. 이들은 자식을 3명까지 낳을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인 모쒀인들에게 3명까지 자녀를 둘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아사히신문]

주혼을 맺었다고 해서 부부가 함께 살지는 않는다. 남자는 밤에 여성의 집에 갔다가 아침에 되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

부부가 만드는 가정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애정이 식으면 자유롭게 헤어질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어머니 집안에서 자란다.

남자에게 양육의 책임은 없다. 대신 남성들은 자신의 집에서 조카를 돌본다. 자신의 아이는 아내와 함께 사는 처남이 키우는 식이다. 자식들이 보고 싶으면 주기적으로 처가를 찾는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기본 개념은 “각자 자신이 낳아준 부모와 생가(生家)에서 영원히 살아가는 것”이다.

모계사회에서 여성 편력을 지닌 ‘호색한’은 드물다. 현지 여성 원지 지마(23)는 “그런 건 없다”며 “헤어지는 경우는 있지만, 수시로 여자를 바꾸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로 여긴다”고 말했다. 

[사진출처=아사히신문]

1500년간 이같은 모계사회를 유지해온 모쒀인들이지만, 1990년대 이후 위기가 닥쳤다. 루구호가 관광 자원으로 주목받으면서 쓰촨성과 윈난성이 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다.

외부와 접촉이 많아지고 젊은이들이 풍요로움을 알게 되면서 다른 민족과 결혼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모계사회는 앞으로 길어야 20년”이라는 비관론을 내놨다.

그러나 모쒀인들은 의외로 낙관적이다. 현지 모쒀인 남성 가오무(42)는 “우리는 모계사회가 제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문화혁명 위기에도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1966년 문화혁명 당시 중국 중앙정부은 “모계사회가 문명사회와 맞지 않다”며 일부일처제를 강요했다. 모쒀인들은 정부 압박에 못이겨 강제적으로 다른 민족과 결혼해야 했다. 하지만 문화혁명이 끝나자 자신의 가정이 있는 모계사회로 다시 돌아왔다.

일각에서는 변화를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일부 모쒀인들은 “젊은이의 결혼은 좋은 것”이라며 “행복한 가족의 유형은 하나가 아니다”는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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