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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셰일혁명, 이라크발 ‘3차 오일쇼크’ 잠재울까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미국발 셰일혁명이 이라크발 3차 오일쇼크를 잠재울 수 있을까?’

미국과 이란의 협공이 임박하는 등 이라크 내전이 국제전으로 비화하면서 세계 유가시장이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석유전쟁’으로 불린 1, 2차 이라크 전쟁 만큼 이번 사태가 유가시장에 핵폭풍을 몰고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이 셰일 붐으로 석유 생산량이 4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라크 석유 생산 차질 우려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시장 안팎에서는 중동불안이 오일쇼크로 이어졌던 과거와 달리, 셰일혁명에 힘입은 글로벌 석유 수급 순항으로 유가 시장 혼란이 상당부분 상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태프트 시 인근에 셰일유ㆍ가스 개발 부지 전경.

▶미국 석유생산량 44년만에 최고=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셰일혁명에 힘입어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4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석유 생산량(원유와 천연휘발유 등 포함)은 지난 4월 하루당 1127만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1970년 하루 평균 1130만배럴에 근접한 수치다. FT는 “미국 석유 생산량은 꾸준히 늘고 있어 최근에는 1970년 수치를 넘어섰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석유ㆍ가스 생산국이자, 석유만 놓고 보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톱2 생산국이다.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1970년 이후 꾸준히 하락해 왔지만, 지난 5년 간 셰일유ㆍ가스 개발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2005~2013년에 걸친 미국의 석유 생산 증가는 세계 원유 공급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주 이라크 사태 악화에도 국제유가 상승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은 점도 미국 석유생산 증가가 한몫한 것으로 풀이됐다.

FT는 “미국의 석유 생산 증가가 유가 상승폭을 둔화시켰다”면서 “미국 셰일혁명이 없었다면 유가가 10~12% 가량 더 인상됐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3년 이라크전쟁과 다르다=이번 이라크 사태는 2차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2003년과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에는 미국 석유 매장량이 300억배럴 밖에 되지 않았고 심해유전 외에는 딱히 생산할 수 있는 석유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로서는 중동 패권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제임스 울시까지도 “미국으로서는 대량살상무기가 문제가 아니라 이라크의 ‘민주화’를 통한 석유확보가 관건”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은 역전됐다. 셰일혁명으로 미국내 셰일유 추정 매장량은 580억배럴에 이른다. 이는 2년 전 320억배럴에서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가 치적(治績)으로 생각하는 ‘이라크 철군’을 원점으로 돌릴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다. 1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 사태에 방관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셰일혁명과 중동불안으로 글로벌 에너지 패권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세계 최대 셰일유 매장국(750억배럴)인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함께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할 수 있다. 또 중국(320억배럴), 아르헨티나(270억 배럴) 등 아시아와 남미도 에너지 파워를 강화할 수 있다.

▶이라크 ‘와일드카드’…유가 30달러 더 오를수도=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사태는 ‘즉각적인 와일드 카드(예측할수 없는 요인)’”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고했다.

신문은 이라크가 세계 7위 석유 생산국인 점을 상기시키면서 “일부 분석가들은 유가가 5~30달러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유가가 배럴당 115달러에서 150달러까지 치솟을수 있다는 의미다. WSJ은 “세계 경제성장에 중대한 역풍이 될 수 있다”고덧붙였다.

또 일각에서는 미국이 석유 맹주국으로서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셰일혁명으로 석유 공급에 안전망을 확보했다지만, 미국의 석유가 수출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FT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지난주 이라크 사태로 4.1% 상승했다”면서 “미국은 아직 세계 시장의 혼란에 면역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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