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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노란 리본’ 품은 ‘붉은 물결’…다시 희망을 외칠 시간
세월호 추모와 축제열기 사이 붉은악마 1진 70명 브라질 출국…올 거리응원은 광화문광장서
정치권도 해내지 못한 대한민국 대통합의 축제는 이미 막을 올렸다. 하지만 ‘잊혀질 두려움’ 앞에 마주하는 4년만의 월드컵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기만 하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12번째 선수’인 붉은악마도 마음의 짐이 컸다. 세월호 침몰사고 두 달째인 16일, 수면 아래 잠긴 실종자 숫자는 12명에서 멈춰있고 국민들의 마음도 추모와 축제의 열기 사이에서 머뭇거린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대책위원회를 만나고서야 묵직한 짐을 잠시 내려놓은 붉은악마는 브라질로 향했다. 70명으로 구성된 1진이 지난 15일 출국했고, 오는 19일 50여명의 2진 멤버가 브라질에서 합류한다. 러시아전에선 현지 교민을 포함해 1000여명의 응원물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8일 오전 7시, 대한민국 대표팀의 첫 원정경기인 러시아전이 시작되면 한 정거장 사이에 위치한 시청 앞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에선 아주 이질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지난 월드컵 동안 서울광장을 가득 메웠던 붉은 물결은 장소를 옮겨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응원을 벌일 예정이다.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가 마련된 시청광장은 지금도 그 날의 비극을 기억하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진다. 노란 리본에 적힌 간절한 기다림과 참사의 비극을 반성하는 다짐도 여전히 새벽이슬을 맞고 있다. 한국에 남은 붉은악마가 응원을 시작할 광화문광장은 서울광장에 비한다면 턱 없이 작은 규모로, 이전과 같은 인원이 모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럴 지라도 출근시간 직전 광화문 광장의 붉은 물결과 서울광장의 노란 리본은 우리가 마주해야할 현재의 거울이다.

이미 지난달 28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진행된 붉은악마의 16분 간의 침묵응원이 온 국민의 가슴에 뭉클하게 새겨졌다. 흥겨운 사물놀이도 뜨거운 함성도 없었지만, 대한민국의 이질적인 풍경이 고스란히 새겨진 무거운 시간이었다. 붉은악마의 ‘16’은 평가전 당시 세월호 참사의 실종자수였다. 수천 마디의 말로 새겨진 다짐보다 더 묵직하게 다가왔던 그날의 응원은 브라질월드컵으로 향해, 이념과 지역ㆍ세대 간의 괴리를 뛰어넘는 단결의 끈일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유례없는 거리응원전을 폈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한층 성숙한 시민의식을 목도한 대한민국의 ‘꿈★은 이루어졌고’, ‘다시 한 번 하나되는 대한민국’(2006년 붉은악마 슬로건)을 만나며 소통의 희망을 읽었다. 붉은악마와 함께할 지구촌 축제는 서서히 시작된다. 다시 돌아온 뒤에도 그들의 목소리는 새겨진다. ‘즐기자 월드컵, 잊지 말자 세월호’.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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